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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치家의 예술가 후원은 정치적 계산 ‘피렌체의 빛나는 순간’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1.09 16:47

수정 2014.10.30 17:25

메디치家의 예술가 후원은 정치적 계산 ‘피렌체의 빛나는 순간’

근대 르네상스의 새벽이 시작된 곳이 왜 이탈리아 피렌체였을까.

미켈란젤로나 보티첼리 등 천재 예술가들을 아낌없이 후원했던 그 유명한 메디치 가문이 있었던 곳이 피렌체였기 때문이라는 답이 가장 많이 나올 것이다.

저자는 여기서 한발 더 들어간다. 그렇다면 이 메디치 가문은 어떤 이유로 이 예술가들을 지원했을까.

메디치 가문의 시조격인 코시모 데 메디치의 선조들은 혈통을 중시하던 중세 피렌체 사회에서 주류 멤버에 전혀 끼지 못했다. 무젤로라는 농촌에서 이주해온, 실로 별볼일 없는 이민자 신분에 불과했다. 더군다나 당시 사람들이 가장 경멸했던 고리대금업으로 그들은 먹고살았다.

코시모의 아버지 조반니는 흑사병이 창궐하자 탁월한 안목으로 부동산을 사들여 엄청난 시세차익을 거둔다.
코시모가 물려받은 유산은 그를 당대 최고의 부자로 만드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단지 부족했던 건 '권력'이었다. 성직자나 귀족은 물론 같은 신흥 상인들로부터도 무시당했던 메디치 가문이 살아남기 위해 눈돌린 곳이 '시민' 쪽이었다.

시민들이 모인 곳에 건축과 그림을 지원했다. 이때 코시모는 건축가와 조각가들에게 신신당부한다. 시민들의 반감을 사지 않도록 작품에 가문을 과도하게 드러내지 말아달라는 것이었다. 예술을 통해 권력을 과시하려했던 당시 신흥 실세들의 전술과는 완벽히 정반대 노선이었다.
메디치 가문이 후원한 예술작품은 그래서 화려함보다 장엄함을 뽐낸다. 신중과 절제를 외치며, 고도로 은밀한 후원을 지속했던 메디치 가문이야말로 정치적 계산법에 가장 능했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책은 르네상스를 만든 상인들의 세속적 욕망을 여러 고증을 통해 확인시켜준다.

최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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