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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츠키, ‘인간’ 트로츠키도 맹점은 있었다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3.27 17:26

수정 2014.10.29 01:09

트로츠키, ‘인간’ 트로츠키도 맹점은 있었다

이탈리아 감독 로베르토 베니니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제목과 모티브는 다름아닌 러시아 혁명가 트로츠키의 유언에서 나왔다. '나는 프롤레타리아 혁명가요, 마르크스주의자이며, 변증법적 유물론자이다. 따라서 나는 타협을 모르는 무신론자로 죽을 것'이라는 내용과 함께 '인생은 아름답다! 미래 세대는 모든 악과 억압, 폭력을 씻어내고 이 아름다운 인생을 마음껏 누리게 하자'고 그는 1940년 2월에 썼다. 스탈린이 보낸 암살 요원에 의해 죽기 바로 6개월 전 일이다.

레닌과 함께 러시아 혁명의 기수 트로츠키는 스탈린의 야만적 폭력에 희생당한 순교자이자 인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옹호한 헌신적 휴머니스트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사실 그는 10대 후반 혁명가의 길에 들어서 평생 체포, 유배, 탈출, 망명을 거듭하며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볼셰비키 최고의 연설가이자 대중선동가, 뛰어난 작가이자 폭넓은 교양을 지닌 지식인, 유능한 군사 지도자이자 파시즘이 몰고올 소련의 미래를 예견한 혁명 예언자이기도 했다. 하지만 수많은 찬사와 함께 폭압적 국가 테러의 토대를 만든 편협한 이념가라는 비난도 들었다.

그간 트로츠키에 관한 저술로는, 트로츠키가 암살당하기 10년 전인 1930년 직접 쓴 자서전 '나의 생애'와 아이작 도이처의 '트로츠키' 3부작(1954∼1963년)이 가장 유명하다. 이번 책은 두 저작물이 밝혀내지 못한 트로츠키의 감춰진 내면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저자는 트로츠키를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매력적인 인간으로 되살려내면서도 트로츠키의 맹점 역시 객관적으로 짚어낸다. 레닌을 승계하는 투쟁에서 트로츠키가 패배한 이유는 자신의 말처럼 관료체제에 패한 것이 아니라 소련의 정치현실을 더 잘 이해하고 있던 한 인간과 그 계파에게 패한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트로츠키는 힘을 한곳에 집중하려는 의지가 결여됐을뿐 아니라 언제까지나 혁명가이고 싶었던 사람이었지 결코 전업 정치가가 아니었다는 사실, 결국 문제는 트로츠키 자신에게 있었다는 분석도 흥미롭다.

최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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