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출판

감성은 타고난 것이 아닌 ‘습득’의 결과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5.01 17:49

수정 2014.05.01 17:49

감성은 타고난 것이 아닌 ‘습득’의 결과

조선시대 숙종 시절, 어느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사형을 당한 마을에 3년 동안 비가 오지 않았다는 상소문의 기록이 있다. 당시 숙종은 "혹시라도 옥안이나 사체를 제대로 살피지 못해 사건의 원인을 판단하지 못하게 된다면 억울함과 원망이 일어나 천지에 장마와 가뭄의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정약용의 '흠흠신서' 중 '경사요의'에는 범인의 감정을 읽어 사건을 해결한 사례를 보여준다. 그중 소리를 듣고 살인자를 알아낸 다섯가지 실례가 있는데, 그 모두가 간부와 음행을 저지르고 남편을 죽인 여성들의 거짓 곡소리로 밝혀낸 이야기다.

덕치를 지향하는 조선의 통치 시스템은 내면의 교화를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가령 무늬가 있는 돌에 앉혀놓고 그 무늬를 보고서 자신도 그렇게 아름답게 되기를 반성하도록 만든다든지, 죄상을 기록한 판자를 등에 짊어지게 해 수치심을 품고 뉘우치게 했다.
조선의 감성정치 단면을 볼 수 있는 사례다.

일상 문화 속의 비문자 언어이면서, 문화적으로 소외된 존재들도 언제나 경험하게되는 뚜렷한 의미 기호가 감성이라고 저자들은 분석한다.
더욱이 그것은 공감 가능한 것이라는 의미에서 이미 '사회화'됐으며 경험적으로 축적되고 기록돼 왔다는 점에서 '역사화'된 산물이라는 주장도 한다. 때문에 감성은 감정, 정서, 감수성, 감각과도 다른 능력이라는 것.

책은 인류가 역사와 문화권에 따라 끊임없이 감성을 통제해온 기록들을 조목조목 살핀다.
감성은 타고난 천성이나 기질이 아니라 문화와 교육을 통해 습득된 하나의 능력으로, 사회 변화의 동력이라는 결론까지 이르는 과정이 사뭇 흥미진진하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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