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fnart와 함께하는 그림산책] 흐릿함 속에 또렷한 정신·사람·자연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5.29 17:32

수정 2014.10.26 23:17

티엔리밍 '맑은 시내'(6월 15일까지 서울 소격동 학고재 갤러리)
티엔리밍 '맑은 시내'(6월 15일까지 서울 소격동 학고재 갤러리)

시골처녀 둘이 맑은 시냇물에 발을 담그고 있다. 마치 먹을 사용하듯 색을 써 인물의 윤곽이 흐릿하지만 그녀들의 온화한 자태만은 뚜렷하다. 중국의 대표적인 현대수묵화가 티엔리밍(59)의 최근작 '맑은 시내(小河淸淸)'다.

다음달 15일까지 서울 소격동 학고재 갤러리에서 열리는 티엔리밍의 국내 첫 개인전 '햇빛, 공기, 물'에는 그의 최근작 30여점이 내걸렸다. 맑은 물, 깨끗한 공기, 부드러운 햇살과 어울려 살아가는 소박한 사람들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아름다운 공존을 희망하는 작품들이다.

중국 전통 수묵화에 기초해 새롭고 개성적인 작품을 선보여온 티엔리밍은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적 언어를 구축해왔다.
인물이나 풍경의 구체적인 형태를 흐릿하게 만들어 대상의 특징과 형상을 약하게 표현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에 한국에 온 작품들도 대부분 이런 형식을 견지하고 있어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마저 자아낸다.

작가와 30년 지기인 중국 미술비평가 인지난은 이번 전시에 앞서 발표한 글에서 "티엔리밍의 빛과 색에 대한 예민함과 세심함은 마치 인상주의를 연상케 한다"면서 "그는 수묵 표현에 대한 예민함과 정밀함을 색채에까지 적용해 살아 숨쉬는 듯한 색감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티엔리밍은 동양(혹은 시골)이 가지고 있는 순수성을 표현하기 위해 중국의 천연 안료만을 사용한다고 한다.
높은 빌딩과 자동차가 등장하는 도시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에서도 그림 속 인물들은 바쁜 현대인의 모습이라기보다는 다소 촌스럽고 정감어린 모습을 지니고 있다.

이는 그가 사용하는 재료에서 기인한 것이기도 하지만, 최근 급변하는 중국 사회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이 자연과 합일되는 평안한 정신적 체험을 할 수 있길 바라고 있다.

jsm64@fnnews.com 정순민 문화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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