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빠른 그린에선 ‘집게 그립’ 써보세요”

정대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5.07 18:35

수정 2009.05.07 18:35



“내 골프 중에서 퍼팅이 가장 약하다는 걸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지난달 12일 끝난 SBS코리안투어 토마토저축은행오픈서 아쉽게도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국내 최고령 우승 기회를 날려 버린 최상호(54·캬스코)가 경기 후 내뱉은 자조 섞인 발언이다. 당시 최상호는 마지막 날 2홀을 남긴 상태에서 2타차 단독 선두로 우승을 눈앞에 두었지만 두 홀 연속 2m 안팎의 파퍼트를 놓쳐 다 잡았던 대기록 수립을 놓친 바 있다. ‘퍼팅 귀신’ 최상호마저도 이럴진대 하물며 주말골퍼는 어떨까.

스코어 메이킹을 위해 퍼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래서 ‘드라이버는 쇼, 퍼팅은 돈’이라는 말은 골퍼들에게 있어 고전이 된 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프로는 물론 아마추어들이 가장 취약한 부분은 퍼팅이다.
미국프로골프협회(PGA) 투어나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를 비롯해 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내 선수들에게 외국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십중팔구는 퍼팅이라고 답한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걸까. 그것은 다름 아닌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다. 인공 매트를 비롯한 다양한 퍼팅 연습장비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그것이 아무리 좋은 기능이라 하더라도 천연 그린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건 당연하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퍼팅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연습과 더불어 자신에게 맞는 퍼터와 그립을 선택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다음은 국내 프로골퍼 중에서 가장 다양한 퍼팅 그립을 시도한 박도규(39·투어스테이지)가 말하는 자신에게 맞는 ‘퍼팅 그립’ 팁이다. 박도규는 시차를 두고 ‘일반 그립-역 그립-집게 그립’ 순으로 퍼팅 그립을 바꿔 마지막 집게 그립을 통해 4승을 거둠으로써 ‘집게 그립 전도사’로 불리고 있다.

■일반 그립

오른손은 아래, 왼손은 위에 오게 하는 그립으로 가장 무난한 그립이다. 거리감을 맞추기가 좋은 장점이 있지만 지나치게 긴장하게 되면 손목을 쓰는 경우가 발생한다. 손목이 너무 일찍 풀리거나 지나치게 왼손 리드로 볼을 때리려고 하면 뒤땅을 칠 확률이 높아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물론 모든 그립이 다 그렇듯 이 그립도 집에서 매트나 담요 등을 활용해 부단히 연습해야 한다.

■역 그립

일명 크로스 핸드 그립이라고도 한다. 일반 그립의 손의 위치를 맞바꿔 오른손 위, 왼손은 아래에 둔다. 특히 손목을 많이 쓰는 골퍼에게 유용하다. 5m 이내의 중·단거리 퍼트에는 탁월한 효과가 있다. 그만큼 방향성이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리감을 맞추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지나치게 어깨로 스트로크하려 들면 몸이 상하로 움직여 나쁜 수행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집게 그립

왼손은 일반 그립과 같고 오른손 엄지와 검지(집게 손가락)로 샤프트를 단단히 잡고 오른손으로 백스윙을 하고 오른손을 사용해 임팩트하는 그립이다. 빠른 그린이나 프레셔가 걸렸을 때 특히 효과적이다. 다만 폴로 스루를 끝까지 다 해줘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오른손 바닥이 항상 홀 쪽을 향하도록 스트로크한다. 10m 이상일 때 거리 맞추기가 다소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샤프트 길이는 평소 자신이 사용하는 퍼터보다 2.54㎝(1인치)가량 길게 하는 것이 좋다.

/golf@fnnews.com 정대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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