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그린 위 멧돼지 습격사건

정대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2.03 18:37

수정 2009.12.03 18:37



천적 감소로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난 멧돼지 때문에 골프장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이러한 현상은 먹을 거리가 없는 요즘같은 시기에 깊은 산악지형에 위치한 골프장에 국한되었으나 지금은 구릉지대, 해안지대 골프장 할 것없이 전국적, 전방위적으로 출몰하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멧돼지들이 떼를 지어 골프장에까지 출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순전히 먹거리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멧돼지의 주식인 도토리를 사람들이 싹쓸이해감으로써 빚어진 당연한 결과라는 것.

가장 큰 피해는 페어웨이의 훼손이다. 페어웨이 땅속에 서식하고 있는 지렁이와 굼벵이를 잡아 먹기 위해 닥치는 대로 땅을 파헤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작업이 쉬운 벙커턱도 무사치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다행히 아직까지 그린 훼손은 보고되지 않고 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부설 잔디 연구소 김호준 소장은 “2년전만 해도 강원도, 경기 북부 등지의 산악지형 골프장 피해가 심각했는데 지금은 남부지방 해안 골프장에서도 피해가 보고되고 있다”며 “골프장들의 친환경 잔디관리 체제가 보편화되면서 페어웨이에 멧돼지들의 영양분으로 섭취하기에 좋은 지렁이와 굼벵이가 많아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한다.

골프장들의 대책도 각양각색이다. 경남의 N골프장은 천적인 진돗개를 이용하고 있다. 멧돼지가 야행성이라는 점을 감안해 야간에 직원들이 진돗개를 대동해 순찰을 강화함으로써 출몰 빈도수가 잦아드는 효과를 보고 있다. 경기도 포천의 M골프장은 전문 수렵꾼들을 고용한 직접 퇴치 방법을 택하고 있다. 이 경우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수렵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약물과 장치를 활용한 방법도 선호되고 있다. 그 중 농촌진흥청이 개발해 농작물 보호를 위해 농가에 보급된 전자센서 기능을 이용한 야생동물 퇴치장치가 인기다. 이 장치는 멧돼지가 접근하면 호랑이나 사자같은 천적의 울음소리가 나도록 돼 있다. 물병에다 크레졸 원액을 담아 골프장 인접지에 놓는 것도 한 방법이다. 모충사의 백산 스님이 처음 시작했다는 더덕을 이용한 퇴치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골프장에서 약간 떨어진 산에다 밤나무나 도토리나무를 심어 먹거리를 제공하는 적극적 방법도 있다.

하지만 골프장들이 무엇보다도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인명사고 우려다. 흔치는 않지만 간혹 대낮에도 코스에 나타나 플레이어들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전수칙이나 대처법 등을 마련해 입장객들의 각별한 주의를 요하고 있다. 우선 멧돼지를 만나게 되면 절대 당황하지 말고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가만히 서있어야 한다. 움직이게 되면 자신을 공격하려는 것으로 착각해 달려들 수가 있어서다. 특히 뛰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어 절대 금물이다.

주변에 나무가 있으면 나무 뒤에 숨어서 멧돼지가 사라질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다.
요즘과 같은 시기에 카트에 음식물을 싣고 다니는 것도 피해야 한다. 가뜩이나 예민한 멧돼지의 후각이 배고픔으로 더욱 발달해져 냄새를 맡고서 공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볼을 찾기 위해 혼자서 러프로 들어가는 것도 위험한 행동이다.

/golf@fnnews.com 정대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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