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육일반

10월5일은 부끄러운 ‘교과서의 날’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10.04 17:57

수정 2014.11.20 13:58

'철수야 놀자, 영어야 놀자'로 유명한 초등국어 1학년 1학기 교과서가 나온 10월 5일을 기념해 제정된 '교과서의 날'이 돈과 비리로 얼룩진 올 한 해 풍파로 퇴색하고 있다. 문교부(현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1948년 10월 5일 정부 수립 후 최초로 학교교육에 사용할 교과서 초등국어 1-1을 발행, 교과서의 날 기원이 됐다. 그러나 연초부터 계속된 교과서 관련업체에 대한 검찰 수사와 함께 교과서업체 및 입시업체 간 저작권 분쟁도 이어져 우울한 '교과서의 날'을 맞게 되는 것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천재교육·미래엔(옛 대한교과서)·비상교육·두산동아·능률교육 등 교과서업체들이 올 한 해 불거진 각종 교과서 소송 및 검찰 수사 등으로 '부끄러운' 교과서의 날을 맞는다. 이들 업체는 교과서의 날을 비교적 조용하게 보낼 예정이다. 국내 1위 교과서업체 천재교육 관계자는 "교과서의 날에 별다른 행사를 갖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미래엔도 충남 연기군 소사내 교과서박물관에서 심포지엄 정도만 차분히 계획 중이다.

■업체 간 소송 '이전투구'

교과서업체들은 연초부터 지난달까지 각종 소송과 검찰 수사 등에 시달려왔다. 지난달에는 국내 최대 교과서업체들이 입시교육업체를 상대로 한 저작권 보호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체면을 구겼다. 국내 1위 교과서업체 천재교육 및 비상교육이 국내 최대 온라인 입시교육업체 메가스터디가 운영 중인 온라인 강의에 자신들의 교과서와 문제집 무단 활용을 막아달라고 법원에 낸 가처분신청이 모두 기각된 것. 법원은 교과서를 활용한 온라인 강의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만 이를 완전히 금지하는 것은 권리남용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교과서업체들은 본안소송을 벌이겠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저질 교과서 논란도 계속됐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김선동 의원은 지난달 22일 국정감사에서 "초·중·고교 교과서에 실린 독도 지도에 잘못된 지리정보와 사용하지 않는 지명 등 총 33건의 오류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날 동북아역사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초·중·고 교과서의 독도지도 오류현황 및 조치결과'를 토대로 "2005년 동북아역사재단의 표준화사업으로 2006년 국토지리정보원이 표준지명을 규정했는데도 초·중·고 교과서에 독도 지명이 누락되거나 사용하지 않는 지명이 등록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재발 방지 노력을 촉구했다.

■납품비리 추가수사 '촉각'

교과서 납품 비리도 적발됐다. 한국검정교과서 및 교과서업체 등의 고질적인 비리로 교과서 가격이 최소 20% 이상 부풀려졌다는 검찰 수사결과가 지난 4월 나오면서 파문이 일었다. 특히 검은돈을 받은 한국검정교과서 직원들은 서울 강남의 단골 룸살롱을 정해놓고 억대 돈을 뿌리는가 하면 개인 주식투자 등을 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검찰에 따르면 한국검정교과서 총무팀장인 강모씨(48) 등은 지난 2006년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자교과서 납품 및 교과서 인쇄 등과 관련, 65개 교과서업체로부터 15억여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검정교과서를 거치지 않고는 교과서 인쇄와 납품을 할 수 없는 구조를 악용, 교과서 업체에 매출액의 20%를 사례비로 요구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교과서업체들은 추락한 교육업체 이미지 회복에 노력 중이다. 업계 1위 천재교육의 최용준 회장은 지난 8월 업계 최초로 무료 수학 인터넷 강의 사이트 '엠아이셀파'를 개설했다. 또 교과서업체들은 최근 각종 TV 드라마 제작 지원을 통한 간접 광고경쟁 중이다. 비상교육은 MBC 일일시트콤 '하이킥!-짧은 다리의 역습'을 제작 지원하고 있다. 천재교육은 MBC 일일시트콤 '몽땅 내사랑'에 드라마속 제품 간접광고(PPL)를 진행했다.
미래엔은 최근 방영된 SBS드라마 '시티헌터'에 협찬했다.

/rainman@fnnews.com김경수기자

■사진설명=미래엔은 이번 �교과서의 날�을 맞아 충남 연기군 소사내 교과서박물관에서 심포지엄정도만 차분히 진행할 계획이다.
관람객들이 조선시대 서책부터 북한 교과서 등 전 세계의 다양한 교과서를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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