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육일반

수강신청, 인기과목 맞교환 기본.. 금전거래도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8.10 16:53

수정 2014.10.24 15:02

수강신청, 인기과목 맞교환 기본.. 금전거래도

#. 서울소재 대학 4학년생인 A씨는 2학기 학과목 수강신청을 못해 졸업을 하지 못할 뻔했다. 반드시 이수해야 졸업이 가능한 전공과목에 다른 학과 복수전공자가 몰리면서 수강신청에 실패한 것. 결국 A씨는 학교인터넷 커뮤니티에 '수강신청을 포기하면 금전적 사례를 하겠다'는 글을 올렸고 먼저 수강신청한 다른 학과 복수전공 학생이 이를 받아들여 가까스로 한숨을 돌리게 됐다. 그렇지만 A씨는 스포츠나 극장 관람을 위한 입장권에나 있을 법한 암표가 상아탑에 까지 나타나는 대학의 수강 현실에 씁쓸한 마음을 금치 못하고 있다.

최근 들어 대학가에 때아닌 수강신청 대란이 빚어지고 있다. 10일 대학가에 따르면 새 학기나 여름방학 후 2학기를 앞두고 대학별로 사흘 안팎의 기간을 정해 신입생이나 재학생으로부터 인터넷을 통해 수강신청을 받고 있지만 인기 교양과목은 물론 전공과목마저 첫날, 그것도 이른 시간에 동이 나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 강의를 신청하지 못해 발을 동동거리고 있다. 교양과목은 그렇다 치더라도 필수과목인 전공마저 신청하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지면서 급기야 금전거래까지 동원되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이처럼 학기마다 수강신청 대란이 빚어지는 것은 복수전공이나 이중전공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데다 스펙(경력) 쌓기용 수강신청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수강과목과 교수인력을 늘려야 하지만 대학은 구조조정과 재정압박 때문에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어서 수강대란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전공과목 수강신청도 '별 따기'

상황이 이렇게 되자 대학별로 학기 전 인터넷에서 진행하는 수강신청을 앞두고는 대학생 간에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지는 것은 물론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다. 대학생 사이에서는 '명절 기차표를 구하는 것보다 힘들다'거나 더 나아가서는 '하늘의 별 따기'라는 탄식마저 나오고 있다. 학교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학생들의 성공담과 탄식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서울 소재 대학의 한 학생은 "수강신청에 성공하기 위해 학교의 서버와 PC의 시간을 맞추는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조금이라도 늦으면 원하는 강의를 듣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많은 학생이 동시에 서버에 접속하기 때문에 단 몇 초의 차이로 원하는 강의를 놓치기 때문이다.

수강신청 대란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상황에서 강의과목을 놓고 금전거래가 이뤄지는 웃지 못할 상황도 빚어지고 있다. 실제로 일부 대학 커뮤니티에는 수강신청 과목을 양보하는 조건으로 금전을 요구하는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또 다른 학생은 "수강신청 과목 거래는 주로 학생들의 인터넷 사용이 뜸한 새벽에 직접 만나 이뤄진다"면서 "돈을 받은 학생이 수강신청을 취소하면 그 자리에 들어가는 방식"이라고 소개했다. 이 학생은 "불법이지만 꼭 들어야 졸업을 할 수 있는 만큼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금전거래.과목 맞교환까지

해당 과목이 전공인 학생들까지 강의를 듣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일부 대학은 궁여지책으로 전공학생에게 수강신청 우선권을 주기도 한다. 복수전공자나 이중전공을 하는 다른 학과 학생에게 인기가 많은 경영이나 언론 전공 등은 전공자들에게 우선 수강신청권을 주는 방식이다.

수강신청 과목을 놓고 상호 교환하는 사례도 있다. 원하는 강의를 듣기 위해 본인이 수강신청에 성공한 과목을 다른 신청자가 성공한 과목과 맞교환하는 것이다. 특히 인기과목에 대해서는 2대 1(2개 과목을 제공)이나 3대 1(3개 과목을 제공)로 교환하기도 한다. 수강신청 과목 거래는 학점을 받기 쉬운 대형 강의에서 주로 이뤄진다. 한 학생은 "대형 강의는 학생 수가 많은 만큼 A학점 이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친한 친구끼리 수강신청 과목을 맞바꾸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의 근본적 해법은 수강 인원과 수강 과목을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대학들은 재정부족을 이유로 교수 충원과 강의실 확대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또 다른 학생은 "학기마다 반복되는 수강신청 대란 해소를 위한 대책을 요구했지만 학교 측은 뚜렷한 해법이 없다는 답변뿐"이라고 하소연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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