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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포커스] ‘나라사랑 학교사랑’ 성신여대 역사현장체험

노정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0.15 18:11

수정 2009.10.15 18:11



한·중·일 동북아 삼국은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다. 한편으로는 서로 교류하고 협력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호시탐탐 상대국을 노리며 전쟁을 벌인 탓에 적지 않은 갈등을 겪어왔다. 역사에 대한 서로 다른 이해와 해석으로 동북아의 갈등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역사와 소통하고 세계와 대화하며 이 시대의 진정한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성신여대의 ‘나라사랑, 학교사랑’ 역사현장체험 프로젝트가 대학가에 화제가 되고 있다. 심화진 총장을 비롯, 가수 김장훈과 함께 뉴욕타임스지, 월스트리트저널지 등 해외 언론에 독도 알리기에 나선 한국홍보 전문가 서경덕 객원교수 등 40여명이 참가해 지난 9월 중순 중국 하얼빈과 다롄을 탐방하고 돌아온 것이다.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10월 26일)을 앞두고 진행된 이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중국 헤이룽강성 하얼빈역 저격 현장에서 손도장 찍기 행사를 개최하고 뤼순 역사박물관과 안중근 의사 발굴현장 답사, 그리고 하얼빈 731부대 방문 등 역사적 현장을 두루 답사했다.
서 교수의 주도로 진행된 ‘대한국인 손도장 프로젝트’는 가로 30m, 세로 50m의 대형 천에 안중근 의사의 단지 손도장 형태로 완성돼 의거 일인 오는 26일 서울 광화문 KT빌딩에 걸려 2주간 일반인에게 공개된다. 그 후 이 작품은 국가보훈처에 기증돼 2010년 완공될 안중근 의사 기념관에 영구 전시될 예정이다.

심 총장은 “역사탐방을 통해 우리 학생들이 상식으로만 알고 있는 역사 관련 분쟁 건에 대해 한·중·일 간의 역사 인식 차이를 몸소 체험하고 우리의 역사관과 국가관을 확고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성신여대는 1차 일본(2월), 2차 중국(4월), 3차 독도(5월) 순으로 답사를 다녀왔다. 3차례에 걸친 프로젝트를 결산하는 의미로 지난 6월 ‘제1차 동북아 역사탐방 보고대회’를 개최해 학문적인 조명을 하기도 했다. 1차 일본 탐방에서 독도를 바라보는 한국과 일본의 역사인식을 체험했다면 2차 중국 탐방에서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90주년을 맞아 조국 밖에서 조국을 위해 산화해간 선열의 애국심을 배웠다. 또 동해를 지키는 우리 땅 독도에서의 3차 탐방을 통해 ‘나라사랑’이라는 네 글자를 가슴에 아로새겼다.

1차 일본 탐방은 원자폭탄이 투하된 히로시마에서 ‘평화기념공원’과 ‘원폭돔’ 그리고 ‘히로시마 성’을 방문하며 시작됐다. 평화기념공원에서는 공원 내 한국인 희생자 추모비에 참배, 세계대전의 아픈 과거를 지닌 히로시마를 일본은 어떤 방식으로 보존하고 있는지 또 과거사를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고 있는지 직접 경험해보고 우리의 아픈 역사를 되새겨본 소중한 시간이었다.

시마네현 현민회관에서 열린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 식 표기)의 날’ 조례 제정 4주년 기념식 참관은 무엇보다 역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채자영양(국문학과 4년)은 “시마네현은 자신들만의 관심사와 축제로 여겼던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어느 새 중앙정부와 온 국민이 관심을 갖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며 “목소리만 큰 한국과는 달리 치밀하게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는 일본이 놀라웠다. 우리도 감정적으로만 역사를 대할 것이 아니라 학문적인 논리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역사현장체험단의 기념식 참관은 일본이 독도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한다. 시마네현은 ‘다케시마를 돌려주세요’라고 적은 한국어 팸플릿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이 팸플릿을 10개 국어로 번역해 전 세계로 보내겠다고 선언했다.

역사현장체험단은 2차 탐방지인 중국에서는 단순히 역사현장 체험을 넘어서는 경험을 하기 위해 중국에 도착한 첫날 환경가꾸기 봉사활동을 전개했다. 상하이에 도착한 역사현장체험단은 윤봉길 의사의 도시락 폭탄 투척의 역사를 간직한 홍구공원에서 윤 의사에 대한 묵념의 시간을 가진 후 그의 뜻을 새기며 환경 봉사활동을 펼쳤다.

둘째 날에는 충칭으로 이동해 임시정부의 거처를 둘러보았는데, 이 곳은 너무 낡아 헐릴 예정인데다 광복군 본부는 식당으로 변해 흔적조차 없어져 보는이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최은지 양(경제학과 2년)은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비록 지금은 우리의 영토가 아니지만 지금의 상태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3차 탐방지는 우리의 땅 독도였다. 일본에서 개최된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지켜본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블로그를 만들어 행사의 심각성을 온라인을 통해 알리기 시작하며 자발적으로 독도 탐방을 기획했다.
2개월에 걸친 준비 끝에 일본과 중국을 다녀온 역사현장체험단은 독도홍보 퍼포먼스를 펼쳤는가 하면 서 교수의 강의로 감성적으로 느끼는 우리 땅 독도뿐 아니라 이성적으로 지킬 수 있는 독도를 배우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의류, 침구류, 식품 등 생활용품을 준비해 독도 유일의 주민인 김성도 이장 내외에게 전달했으며 독도경비대에는 응원의 메시지가 담긴 감사의 편지와 기념품을 전했다.


심 총장은 “동북아의 역사현실을 바로 알기 위해 시작된 ‘나라사랑, 학교사랑’ 역사현장 체험 프로젝트가 진짜 우리 역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다”면서 “앞으로도 동북아의 역사를 비추는 빛으로 성신의 나라사랑 대장정은 이제 동북아를 넘어 세계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noja@fnnews.com 노정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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