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육일반

[대학 포커스] 에코캠퍼스로 거듭난 덕성여대

노정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2.03 17:14

수정 2009.12.03 17:14



■건물은 ‘낮게’ 휴식공간은 ‘넓게’..희망을 달리는 ‘녹색 페달’

대학가에도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에코캠퍼스의 선두주자 상지대에 이어 서울여대와 덕성여대가 잇달아 에코캠퍼스를 선언하는 등 미래사회의 주역을 키워내는 대학이 친환경 조성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대학이 사람과 자연과의 아름다운 동행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로 평가된다.

백운대·인수봉·만경대의 세 봉우리가 삼각형으로 놓여 있는 삼각산(옛 북한산) 아래 자리한 덕성여대에 들어서면 먼저 싱그러운 공기가 코끝을 간질인다. 어디를 둘러봐도 서리가 내린 겨울 나무들이 눈을 즐겁게 하고 교정을 거닐면 대학 캠퍼스가 아니라 잘 가꾸어진 공원을 산책하는 듯하다. 봄이면 튤립, 매화, 벚꽃이 피어나고 여름이면 봉선화와 해바라기가, 가을이면 코스모스와 국화로 둘러싸여 있어 캠퍼스는 꽃박람회장이나 다름 없다.


덕성여대가 에코캠퍼스를 선언한 것은 지은희 총장이 지난 5월 한국그린캠퍼스협의회에 가입하고 대학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저탄소 녹색성장의 실현을 결의하는 총장선언대회 참가가 계기가 됐다. 이로부터 출발된 덕성여대의 에코캠퍼스 구축 작업은 그저 구호가 아니라 실제 실천하기 위한 계획들로 하나 둘 채워지기 시작했다. 먼저 친환경 캠퍼스 구축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원주의 상지대를 본부 처장단과 함께 방문해 각종 시설과 교육여건을 둘러보며 벤치마킹했다.

지 총장은 “에코캠퍼스는 단순하게 환경을 아름답게 가꾼다는 개념이 아닙니다. 환경의 개념에 평화·여성·인권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에코 덕성을 실현함으로써 덕성여대가 명실상부한 에코대학으로 거듭나게 하는 운동입니다”고 말했다.

덕성여대는 1980년대 초 운니동 캠퍼스에서 쌍문동 캠퍼스로 옮기면서부터 사실 지금의 에코캠퍼스를 만들기 위한 작은 밑그림을 그렸다. ㈜공간 대표였던 건축가 김수근 선생(1931∼1986)이 삼각산·도봉산 등 서울의 지붕인 산의 스카이라인이 서남쪽에서부터 북쪽으로 펼쳐져 있어 수려한 주위환경을 살리도록 캠퍼스를 설계한 것이다. 종묘원으로 이용되던 대지의 일부분에는 벚나무와 단풍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었는데 설계 단계에서부터 이를 보전하기 위한 세심한 배려가 있었음이 ‘덕성여대 40년사’의 기록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김수근 선생은 주위환경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교육환경에 적합하게 캠퍼스를 조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건물의 저층화와 휴식·오락을 위한 공간을 형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금처럼 4층 이내의 건물이 수평적으로 놓여 있고 덕성여대의 상징이 되다시피 한 붉은 벽돌 건물도 주변의 녹색과 조화를 이루게 만들겠다는 건축가의 고집 때문이다.

덕성여대는 현재 녹지율 80%를 자랑하는 녹색캠퍼스라고 할 만하다. 그럼에도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30∼50% 줄이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지난 10월 한국대학신문으로부터 에코캠퍼스 추진 우수 대학으로 선정된 것도 이 같은 노력 덕분이다.

지 총장은 “집무실에서 창밖으로 내다본 풍경이 매우 아름다워요. 고개를 위로 들면 삼각산이 보이고 고개를 아래로 하면 붉은 벽돌 건물과 조화를 이룬 나무들이 인사를 합니다. 서울에 이런 곳이 있다니 정말 쾌적하지 않은가요”라고 반문했다.

덕성여대의 에코캠퍼스 추진에 지역사회도 동참하고 나섰다. 강북구청은 삼각산 맑은 물줄기를 따라 흐르는 학교 앞 우이천에 산책로와 자전거길을 조성, 오는 2010년 12월까지 생태하천을 만들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오는 2014년이면 우이∼신설의 경전철이 들어선다. 경전철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저상 고무바퀴를 활용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경전철을 이용해 등교하면서 지구지킴이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우이천의 생태하천 조성과 경전철의 운행이 에코캠퍼스를 만들기 위한 외형적 조건이라면 친환경 의식을 함양시키기 위한 커리큘럼을 비롯해 친환경 식단 만들기, 아름다운 캠퍼스 만들기, 에너지 절약, 물자 아껴쓰기 등은 에코캠퍼스를 위한 대학 구성원들의 자발적 동참 활동이다.

지 총장은 “교양교직학부에서 실시하는 명사초청 교양특강에 에코 관련 전문가를 초청, 특강을 실시하고 내년부터는 환경·평화·여성 등 에코 관련 과목을 교양과 전공 과목으로 개설할 예정입니다”고 설명했다.

커리큘럼 조정과 함께 가을에는 에코관련 학술제를 개최하는 한편 에코동아리를 모집해 활동을 지원, 더욱 활성화할 방침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덕성여대가 현재 추진중인 에코캠퍼스 실천 사업을 살펴보면 △절전용 멀티탭 설치 △컴퓨터 절전모드 설정 △에너지 효율 극대화를 위한 EHP 냉난방 시스템으로의 변경 △녹색 스위치 부착 △약학대학 건물에 지열시스템 적용 등으로 에너지를 절약하고 물자를 아껴쓰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또 후문 회색벽돌 담장(750m)을 능소화와 덩굴장미로 단장해 걷고 싶은 거리로 조성하고 행정동 건물과 학생회관 등 건물 옥상에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 계획이다. 특히 이번 학기부터 교수들의 협조로 리포트 겉표지 생략 캠페인을 벌이고 교내 커피숍에서도 자신의 컵을 가져오면 100원, 캐리어를 가져오면 300원을 할인해주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동행하고 사람과 자연이 동행하는 아름다운 삶. 에코캠퍼스를 향한 작지만 의미 있는 행동이 지금 현재를 넘어 미래의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유산으로 남겨지길 바란다.

/noja@fnnews.com 노정용기자

■사진설명=에코캠퍼스를 선언한 후 덕성여대 학생들은 가까운 거리는 자전거로 이동하면서 이산화탄소 줄이기에 앞장서고 있다.
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최근 복원한 한옥 '덕우당'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김범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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