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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포커스] 라비 쿠마르 KAIST 경영대학 학장

노정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6.24 18:27

수정 2010.06.24 18:27

■“해외 인재 유치 글로벌화 속도 亞최고 비즈니스 스쿨 만들 것”

"5년 내로 KAIST 경영대학을 아시아 최고의 비즈니스 스쿨로 만드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KAIST의 브랜드와 이미지를 활용하고 그동안의 약점으로 꼽혀온 '다양성의 부족'을 보충한다면 충분히 아시아 최고의 비즈니스 스쿨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서울 홍릉 캠퍼스에서 만난 KAIST 경영대학 라비 쿠마르 학장(58)은 다정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인상을 풍겼지만 아시아 최고의 경영대학이라는 목표를 두고서는 자신감이 넘쳤다. 불필요하게 목표를 과장하지도 않았고 문제의 핵심을 곧바로 찾아내 차근차근 설명했다.

그는 KAIST 경영대학의 학장으로 부임하기 전 한국과 깊은 인연을 맺어왔다.
그가 한국과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은 것은 2004년부터다. 게다가 6년 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마셜 스쿨(USC)에 있을 때 최고경영자 과정에 들어온 KAIST의 학생들과 처음 만났다. 이때의 인연으로 4년 전 마셜 스쿨의 부학장으로 있으면서 KAIST로부터 강의 요청을 받아 지난 2008년부터 KAIST 경영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KAIST 서남표 총장의 제안으로 그는 지난해 22년간 근무한 USC를 떠나 국내 경영대학 중 최초의 외국인 학장에 부임했다.

"2004년부터 매년 꾸준히 USC 학생들을 데리고 한국에 견학을 왔지요. 한국 회사들이 지속해서 뛰어난 실적을 거두고 있는 가운데 우리 학생들이 언젠가는 꼭 배워야 할 나라라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실제로 한국에서 머물며 생활하다 보니 제 고향 인도와 너무나 비슷해 KAIST 경영대학의 발전을 위해 도전하고 모험하는 일이 즐겁습니다."

쿠마르 학장은 부임한 지 1년이 안 된 지난 5월 유럽경영대학협의회로부터 EQUIS(the European Quality Improvement System) 인증을 받았다. 이로써 KAIST 경영대학은 경영학에서 세계적 권위를 가진 3개 기관인 국제경영대학발전협의회(AACSB), 미국경영대학입학위원회(GMAC), EQUIS 인증을 모두 받은 한국의 첫 경영대가 됐다.

쿠마르 학장은 "이제 KAIST 경영대학이 글로벌 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봅니다. 경영학에서 세계적 권위를 가진 3개 기관에서의 인정은 아시아 유수의 경영대와 글로벌기업들이 KAIST 경영대학과 협업하고 인재를 찾아올 것이라는 신호입니다. 따라서 각국 최고의 인재들이 앞다퉈 KAIST 경영대학으로 몰려오게 할 겁니다"고 말했다.

그의 1차적인 목표는 외국인 학생을 지금의 2배(20%)로 높이는 일이다. 특히 KAIST 경영대학이 아시아 최고의 비즈니스 스쿨이 되기 위해선 글로벌화가 최대 관건인데 쿠마르 학장이 1980년대까지만해도 거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USC를 세계적인 명성의 비즈니스 스쿨로 만들 때도 과감히 글로벌화에 대한 모험을 시도했었다.

"제가 일을 시작했던 1987년에만 해도 USC 학생 중 반은 여권도 발급받아본 적이 없는 학생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임기 말인 2008년에는 세계 각국으로부터 학생들이 몰려왔습니다. KAIST 경영대학도 제가 USC에서 시도했던 것처럼 '의무적 교환학생 제도'를 도입할 생각입니다."

KAIST 경영대학은 일반 국내 경영전문대학원보다 한 달 먼저 개강하고 학기도 한 달 먼저 마친다. 외국 유명 비즈니스 스쿨과 학사 일정이 비슷하다. 쿠마르 학장은 이 점을 십분 활용해 중국이나 인도로 가서 KAIST 경영대학에 대한 입학설명회를 갖고 인재들을 모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과 11월 중국 상하이 자오퉁대학, 난징대학, 칭화대학 등 5개 학교를 방문해 KAIST 경영대학 입학설명회를 가졌으며, 지난 3월에는 자신의 모교이기도 한 인도공과대학(IIT)을 포함한 인도의 5대 경영대를 방문해 입학설명회를 가졌다.

"중국과 인도는 한국 기업들이 집중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그 나라의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려고 합니다. 한국 기업은 현지 사정을 잘 이해하는 경영자가 필요하고 그 나라의 학생들은 훌륭한 기업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서로 윈윈 관계가 형성될 수 있을 것입니다."

KAIST 경영대학은 2011학년도부터 2년제 이중학위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첫 해는 중국이나 인도의 경영대학에서 이수하고 둘째 해는 KAIST 경영대학에서 이수하도록 할 방침이다. 쿠마르 학장에 따르면 프랑스의 경영대학에서 이 같은 연계 프로그램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고 미국에서도 곧 연락이 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각국의 경영대학에서 5명씩만 온다고 해도 금세 KAIST 경영대학에는 외국인 학생들로 넘쳐날 것"이라고 확신했다.

쿠마르 학장은 USC의 글로벌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던 주인공이다. 기업이 글로벌화를 지향하듯이 대학의 교육과 연구 또한 글로벌화가 필수적이라는 생각에서다. 학생들에게 세계의 다양한 문화가 경영에 있어 어떤 작용을 하는지 가르쳐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기업이나 대학의 글로벌화에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듭니다. 그러기 때문에 체계화된 프로그램이 필요하고 전략이 앞서 수립돼야 합니다. 글로벌화를 통해 기업과 대학이 어떤 혜택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가 핵심입니다."

그에 따르면 1995년 USC에서도 교수진 사이에 글로벌화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한다. 당시 USC의 글로벌화 수준이 충분하지 않다는데는 모두 공감했지만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은 제각각이었다. 이때 쿠마르 학장은 경영학 강의에 글로벌 시장의 사정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으면 실제 기업들이 처한 상황과 거리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외국에서 더 많은 학생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상하이에 있는 기업을 연구하는 경우 공산 정부이지만 자본주의를 실시하고 있는 중국 정부 하에서 어떻게 경영해야 하는지 알기 위해 그쪽 사정에 밝은 학생과 함께 연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그의 제안이 대학본부측에 받아들여져 1996년 MBA과정에 5개국에서 온 학생들을 포함시켜 글로벌 기업에 대한 연구가 함께 진행됐다. 이 같은 시도는 미국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라 뉴욕타임스지를 비롯한 언론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PRIME(Pacific Rim Education)이라고 불리는 프로젝트였는데 교수와 학생들이 기업에 대해 연구하고 기업에 직접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교수는 기업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고 다시 강단에서 이러한 경험을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었습니다."

쿠마르 학장은 KAIST 경영대학에도 이와 유사한 프로젝트를 실시, 학생들을 글로벌 인재로 훈련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에 삼성, LG,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세계적인 기업이 있는 만큼 한국 기업의 성과에 대해 연구하려는 해외 교수들과 학생들을 KAIST 경영대학으로 불러들여 성과를 올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빨리빨리'와 '폭탄주'를 잘 이해할 정도로 한국 문화에도 거부감 없이 동화된 라비 쿠마르 학장. 자칭 'US기러기 아빠'라고 말하는 그는 "한국 학생들이 미국 와튼스쿨이나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대신에 KAIST 경영대학에 오고 싶도록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라비 쿠마르 학장은…

1952년 인도에서 태어난 그는 1974년 인도공과대학(IIT)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1976년 미국 텍사스대 오퍼레이션리서치에서 통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1년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경영과학 및 산업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1981년 미국 일리노이대 조교수를 거쳐 2003년 서던캘리포니아대 경영대학 부학장을 맡았다. 지난 2008년 인하대 방문교수를 지냈고, 2009년부터 KAIST 경영대학장으로 일하고 있다.


/noja@fnnews.com노정용기자

■사진설명=국내 최초로 외국인 학장으로 부임한 KAIST 경영대학 라비 쿠마르 학장은 "5년 내로 KAIST 경영대학을 아시아 최고의 비즈니스 스쿨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사진=김범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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