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육일반

‘배려 없는 다문화’ 멍드는 캠퍼스

손호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11.02 18:40

수정 2010.11.02 18:40

중앙대 경영학과에 재학중인 박모씨(27)는 며칠 전 불쾌한 경험을 했다. 유럽에서 온 교환학생들과 함께 한식을 먹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다른 교환학생이 “어떻게 그런 음식을 입에 대느냐”며 빈정거린 것. 주변 학생들이 쳐다보자 마지못해 사과를 했지만 하루종일 불쾌한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박씨는 “상대방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안 하면서 왜 우리나라에 왔는지 알 수가 없다”며 교환학생들의 무례한 행동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2일 대학가에 따르면 교환학생들과의 문화적 차이로 인해 학교생활에 곤욕을 치르는 재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다. 대학 캠퍼스가 다문화의 공간으로 변모함에 따라 생활방식에 따른 견해 차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강의실, 기숙사 등 전반적인 캠퍼스 공간에서 재학생과 교환학생 간의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서울 소재 S대학에 재학 중인 김모씨(22)는 이번 학기 외국에서 온 교환학생들과 수업을 함께 듣는 것이 큰 고역이다.

김씨는 “수업을 듣는 교환학생들이 자기들끼리 수업 시간에 떠드는 것은 물론 심지어 시험 시간에는 서로 의논을 하면서 문제를 풀어 면학 분위기를 크게 해쳤다”며 “공부를 위해 교환학생으로 왔다기보다는 놀러 왔다는 생각이 들어 좋게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기숙사는 학생들 간의 마찰이 가장 빈번하게 빚어지는 공간이다.

서울의 한 대학 기숙사에 입주해 있는 이모씨(25)는 기숙사 생활을 함께 하고 있는 외국 학생들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했다. 기숙사 내에서는 취사가 금지돼 있는데도 한 방에 다수가 모여 고향 음식을 만들어 먹는 등 피해를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거부감 드는 음식 냄새와 밤 늦게까지 이어지는 그들의 수다가 참기 힘들었을 정도”라며 “외국에 와서 공부한다면 최소한 그 곳의 문화와 예절을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그런 부분이 부족해 아쉽다”고 설명했다.

교환학생을 위한 기숙사가 따로 마련돼 있을 경우에도 문제가 크다.

한양대 캠퍼스 내에 있는 국제관은 외국학생들을 위해 건축된 기숙 시설로 남학생동과 여학생동 사이에 위치해 있다. 재학생 기숙사와 인접한 위치에 자리를 잡은 국제관 때문에 가끔 기숙사로 항의 전화가 걸려 온다.


남학생동에 거주 중인 김모씨(26)는 “국제관 앞에서 소란을 피우는 외국인 학생들의 소리가 고스란히 방까지 전달된다”며 “조교실에서 제재를 하는 것 같긴 한데 한시적일 뿐이고 한국 학생들이 지적을 해도 무시하거나 건성으로 대답하는 경우가 많아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학 캠퍼스가 다문화 공간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상대방 문화에 대한 재학생과 교환학생 간의 존중과 배려가 필요한 때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서강대 국제학사 관계자는 “상대방의 문화에 대한 재학생과 외국학생 간의 존중과 배려가 있다면 대학이 다문화 공간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경북대 국제교류원 이새론씨는 “외국에서 온 손님을 좀 더 배려하고 우리나라의 관습을 교환학생들에게 이해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kskypark@fnnews.com박상현 대학생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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