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육일반

서울대 논술 '개인의 삶과 사회' 비교 요구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11.25 17:33

수정 2010.11.25 17:32

서울대는 25일 치러진 2011학년도 수시모집 특기자전형 인문계열 논술고사에서 '개인의 삶과 사회'라는 주제로 문제를 출제했다.

서울대는 논술문제에서 "우리시대에는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간의 다양한 관심이 발생하며, 이에따라 여러관계들이 형성된다"면서 "관심의 유형과 표출 방식은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과 사회 전반에 미친다"고 서두에 제시했다.

메인 주제문인 ‘가’ 지문에서 공자의 삼인행 필유아사(三人行 必有我師)의 내용을 담은 '사회적인 존재의 인간'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또 메인 주제문 ‘가’를 토대로 나머지 3개의 주제문의 문제점을 파악하라는 식으로 다소 까다롭게 출제됐다.

서울대가 수험생에게 문제점을 지적하라고 제시한 나머지 ‘나’~‘라’의 3개 제시문은 동서양의 여러 지역의 사례를 담았다.

‘ 나’ 지문은 히틀러에 대항하지 않은 젊은이는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가도 억울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이고, ‘다’지문의 경우 당원은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사상경찰의 감시를 받게 살게된다는 내용이다.

‘라’ 지문은 노친과 갈등을 빚는 한 젊은이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논술시험 응시대상인원은 특기자전형 중 인문계열 762명이다. 지역균형선발전형과 특기자전형 자연계열은 논술고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기자



<다음은 2011학년도 서울대 논술시험 제시문>

‘ 가 ’

인간을 일러 사회적 존재라 하는데, 이는 인간이 관계적 존재라는 뜻이다. ‘나’라는 존재는 다른 존재와 아무 연관도 없이 단독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남과 관계를 맺 으면서 살아가는 과정에서 다른 차원의 존재로 바뀐다. 예컨대, 나보다 우월한 사람을 만나면 나는 상대방으로부터 감화와 교훈을 얻게 되거나, 존재의 연약함을 보호받게 된다. 나보다 약한 사람을 만나면 그를 물질적·정신적으로 도와주어야 하는 시혜적 존재가 된다. 그러나 나와 동등한 사람을 만나면 경쟁을 하거나 협조를 하면서 일을 해내는 가운데 인간의 보편성을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공자가 ‘삼인행 필유아사(三人行 必有我師)’라고 설파한 데는 이처럼 인간관계 가운데 나의 존재가 변화를 겪을 수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

‘나’라는 주체는 대상이 되는 다른 인간의 영향을 받으며, 사회적 관계에 편입된다.

그런데 직·간접적인 관계를 맺지 않는 다른 사람은 나와 밀착된 의미연관을 가지기 어려우며, 사회적 관계의 형성도 제한된다. 이처럼 연관이 없는 인간은 인간이되 사물로 존재하는 ‘그것’으로서의 인간이다. 따라서 남과 대면하면서 존재의 향상을 가져오지 못하는 인간관계는 왜곡된 것이다.

인간은, 다른 인간은 물론 사물과도 관계를 맺게 된다. 조각가는 대리석을 다루어 조각 작품을 만든다. 농부는 곡식을 심고 채소를 기른다. 이러한 과정에서 조각가나 농부는 대상으로부터 약간의 감흥과 즐거움을 얻을 수는 있지만, 자신의 존재가 근본적인 변화를 겪지는 않는다. 주체로서 인간이 만나는 다른 인간이 돌, 나무, 쇳덩이 같은 것들처럼 서로 간에 아무런 영향을 주고받지 못할 때, 타인은 사물화되어 존재론적 의미

영역에서 멀어진다. 인간이 이처럼 사물화되는 경향은 현대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이는 우리가 극복해야만 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사물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대상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이러한 관심은 윤리성을 띤다. 윤리적 관심이라야 존재의 의미를 향상시키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도된 관심은 인간관계는 물론 인간의 존재의미를 훼손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 나 ’

제2차 세계대전 때의 일이다. 유대인들이 기차에 실려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짐짝처럼 끌려가고 있었다. 죽음을 예감한 한 젊은이가 자신을 이런 처지까지 오게 한 운명에 항의하듯 외쳤다.

“내가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합니까? 나는 독일에 해가 될 만한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꼬박꼬박 세금을 냈고, 법을 지켰으며, 시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였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내가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합니까?”

그의 울부짖음에 기차 안은 조용해졌고, 모두들 그 젊은이의 분노와 절망에 동감하는 듯하였다. 그때 한 노인이 말하였다.

“바로 자네가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죽는 걸세. 젊은이, 히틀러가 그토록 많은 죄를 저지르는 동안 자네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네. 바로 그래서 자네가 오늘 여기에 있게 된 것이라네.”

‘ 다 ’

오늘날의 특징을 이루는 신념, 습관, 취미, 감정, 정신 자세 등은 사실상 당의 신비함을 유지하기 위해, 그리고 오늘날의 사회에 대한 참된 본질을 알지 못하도록 하기위해 계획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반란이나 이를 위한 사전 운동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노동자들을 두려워할 필요는 전혀 없다. 그냥 그대로 내버려두는 게 상책이다. 그렇게 하면 그들은 세대에서 세대로, 세기에서 세기로 끊임없이 그 상태를 유지한 채 반란을 일으킬 충동은 물론, 세상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의식할 힘도 없이 일하며 자식을 키우다가 죽을 것이다. 산업 기술의 발달로 한 단계 더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을때에야 그들은 비로소 위험한 존재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이제는 군사적, 상업적 경쟁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대중 교육의 수준이 실질적으로 저하되고 있다. 대중이 어떤 견해를 갖든 그것은 관심 밖의 일이다. 어차피 그들한테는 지성 같은 것이 없기때문에 지적 자유를 허용해도 상관없다.

그러나 당원인 경우에는 아무리 사소한 문제에 관한 견해일지라도 그것이 당의 뜻에 위배된다면 결코 용납될 수 없다. 당원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사상경찰의 감시를 받으며 살게 된다. 혼자 있을 때라도 그는 혼자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없다. 잠을자든 깨어 있든, 일하든 쉬고 있든, 목욕탕에 있든 침대에 있든 그는 아무런 예고도 없이, 그리고 감시받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감시를 받고 있다. 그가 하는 행동은

무엇이든 관심의 대상이 된다. 친구나 친척 관계, 아내와 자식에 대한 태도, 혼자 있을 때의 얼굴 표정, 잠잘 때의 잠꼬대, 몸짓의 특징 등 무엇이든 세밀하게 관찰된다.

또 어떤 실제적인 비행뿐만 아니라 지극히 사소한 괴벽, 습관의 변화, 내적 갈등의 징조라고 할 수 있는 신경질적인 태도까지 낱낱이 탐지된다. 그에게는 어떤 경우든 선택의 자유가 없다. 그렇다고 그가 법이나 뚜렷하게 규정된 어떤 행동 법칙에 의해 규제를 받는 것도 아니다.

오세아니아에는 법이 없다. 발각되면 틀림없이 사형감이 될 사상이나 행위도 공식적으로는 금지된 것이 아니며, 끝없는 숙청, 체포, 고문, 투옥, 증발 따위도 실제로 범한 죄에 대한 처벌로서 가해지는 게 아니라 단순히 언젠가 죄를 범할지도 모르는 사람을 제거하기 위한 조치이다. 당원은 올바른 사상뿐만 아니라 올바른 본능도 갖도록강요당한다. 그러나 당사자에게 어떤 신념과 태도를 요구하는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명백하게 설명되어 있지 않다.

‘ 라 ’

부친의 어기는 좀 낮추어졌다. “대동보소만 하더라도 족보 한 질에 오십 원씩으로 매었다 하니, 그 오십 원씩을 꼭꼭 수봉하면 무엇 하자고 삼사천 원이 가외로 들겠습니까?”

“삼사천 원은 누가 삼사천 원 썼다던?” ‘중략’

“그야 얼마를 쓰셨던지요, 그런 돈은 좀 유리하게 쓰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입니다.”

‘재하자 유구무언’의 시대는 지났다 하더라도 노친 앞이라 말은 공손했으나 속은 달았다.

“어떻게 유리하게 쓰란 말이냐? 너같이 오륙천 원씩 학교에 디밀고 제 손으로 가르친 의 딸자식 유인하는 것이 유리하게 쓰는 방법이냐?”

아까부터 상훈이의 말이 화롯가에 앉아서 폭발탄을 만지작거리는 것 같아서 위태위태하더라니 겨우 간정되려던 영감의 감정에 또 불을 붙여 놓고 말았다.

상훈이는 어이가없어서 얼굴이 벌게진다. ‘중략’

그러나 상훈이 내외끼리 몇 번 싸움질이 있은 외에는 노 영감님도 이때껏 눈감아 버린 것이요, 경애가 들어 있는 북미창정 그 집에 대하여도 부친이 채근한 일은 없는 것이라서 지금 조인광좌중(稠人廣座中)에서 아들에게 대하여 학교에 돈 쓰고 제 손으로 가르친 남의 딸 유인하였다는 말을 터놓고 하는 것을 들으니 아무리 부친이 홧김에 한말이라 하여도 듣기에 괴란쩍고 부자간이라도 너무 야속하였다.


“아버님께서는 너무 심한 말씀을 하십니다마는, 어쨌든 세상에 좀 할 일이 많습니까?

교육 사업, 도서관 사업, 그 외 지금 조선어 자전 편찬하는 데…….”

상훈이는 조심도 하려니와 기를 눅이어서 차근차근히 이왕지사 말이 나왔으니 할 말은 다 하겠다는 듯이 말을 이어나가려니까 또 벼락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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