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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 저작권 분쟁 ‘몸살’] (중) 학원가 실태

손호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2.26 16:56

수정 2013.02.26 16:55

[교육계 저작권 분쟁 ‘몸살’] (중) 학원가 실태

교육업계가 저작권 분쟁으로 인해 내홍을 겪고 있다. 최근 영국 유명 시사잡지 '이코노미스트'가 국내 A어학원을 저작권 침해 이유로 형사고소하자 파고다어학원 등 동종업계 어학원들은 법무팀을 통한 저작권 분쟁 사전차단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학원과 인터넷 강의 업체 등도 상호 저작권 소송을 진행한 바 있어 저작권 관련 갈등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도 많은 상황이다.

26일 교육업계에 따르면 일선 어학원들은 저작권 계약 없이 외국 방송, 주간지 등을 이용해 외국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경우가 상당하다.

서울 강남의 L어학원은 미국 뉴스 등을 이용해 앵커의 발음을 따라하거나 뉴스 대본을 받아쓰는 등의 강의를 진행해 성장한 어학원으로 유명하다. 고인이 된 이익훈 어학원 원장은 AP뉴스 대본강의를 영문으로 받아써 온 원생들에게 무료로 교재를 장기간 나눠줘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또 다른 어학원은 일본 NHK방송을 이용하고 있다. 영자지 기사를 이용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한 어학원 관계자는 "이코노미스트가 어학원을 상대로 '무단으로 기사와 칼럼을 활용해 100억~160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고 고소를 했는데, 현재 어학원들의 강의 상황에서 그 같은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걸어온다면 걸려들지 않는 곳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어학원 관계자는 "저작권의 내용이 복잡하고 판단이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판례도 없는 경우가 많아 저작권 소송 등에 대응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전했다.

■파고다어학원 등 법무팀 강화

현재 이코노미스트가 고소를 한 이유는 '외국 기사와 칼럼을 수업에 이용하는 등의 저작권 위반 행위를 정지'시키는 것이 주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에 위반 행위가 계속될 경우 손해배상 등의 후속조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어학원들은 실제 외국 언론사가 직접 고소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자 나름의 자구책을 강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파고다어학원은 지난달 학원가에서 저작권 고소 문제가 불거지자 곧 법무팀에서 강사들을 소집, 저작권 강의를 진행했다.

먼저 포괄적으로 저작권을 설명하고, 실제 사례를 들어 저작권 침해 유의점을 알려줬다. 파고다어학원 관계자는 "개별 강의 시 강사들이 외국 방송, 잡지 등 사용에 관한 문의가 있을 때마다 법무팀에서 관리할 예정"이라며 "이번 강의가 저작권 침해에 대한 강사들의 경각심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법은 이익을 목적으로 한 저작권법 위반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의 저작권법을 숙지한 후 분쟁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없애야 한다고 법률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법무법인 화우 홍동오 변호사는 "학원은 저작권법상의 '교육기관'에 해당하지 않아 외국 경제주간지 기사를 발췌해 사용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가 된다"며 "기사를 발췌해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그 내용을 독해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도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하므로 학원 강사들은 주의를 기울여 강의에 임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정교과서 저작권 분쟁 '빈번'

저작권 침해 문제는 교과서 업체와 온라인 교육업체 등에서도 종종 문제가 돼 왔다. 교과서 베끼기, 교재 무단 사용 등의 문제로 소송전을 불사하던 교육업체들의 저작권 관련 분쟁은 현재 잠잠한 편이지만, 언제든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어서 주목된다.

교과서에 대한 저작권 분쟁은 정부가 직접 교과서를 만들던 기존 국정교과서 제도를 2010년 3월부터 평가만 통과하면 자격을 주는 검정교과서 제도로 바꾼 것이 계기가 됐다.

좋은책신사고는 2010년 출간한 '중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를 비상교육과 비상ESN이 참고서에서 무단으로 도용했다고 저작권 위반 등으로 고소했다. 두 회사는 가처분까지 포함, 3개의 분쟁을 계속했다.

신사고가 출간한 중학교 국어 교과서의 내용이 비상ESN의 문제집에 똑같이 실려 있는 점 등이 확인돼 신사고 저자들은 비상교육 측 참고서의 판매를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신청을 제기, 승소했다. 이후 본안 소송도 제기돼 항소심까지 갔으나 신사고 측이 승소해 소송이 종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 분쟁은 온라인 교육업계에서도 진행됐다. 초·중등 교과서 출판을 많이 하는 천재교육은 지난 2011년 메가스터디의 중등 인터넷강의 사이트 '엠베스트'에서 천재교육 교과서를 교재로 하는 강의를 중지시켜 달라며 '저작권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동안 메가스터디는 매년 1억원 이상의 사용료를 내고 천재교육 교과서를 강의교재로 써왔는데, 천재교육이 2010년부터 자체 인터넷강의 '아이셀파'를 론칭하면서 자사 교과서를 메가스터디 강의 때 쓰지 말라고 선언한 것이다. 비상교육도 비슷한 내용의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냈다.


이들 사건에서 법원은 교과서를 활용한 온라인 강의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만 이를 완전히 금지하는 것은 권리남용이라고 판단,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art_dawn@fnnews.com 손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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