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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등록금 인상 억제하자 대학, 장학금 삭감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15 17:43

수정 2014.10.28 07:55

정부, 등록금 인상 억제하자 대학, 장학금 삭감

정부의 대학등록금 인상 억제 등으로 대학들의 재정난이 가중되면서 서울시내 주요 사립대 10곳 중 6곳이 지난해에 비해 장학금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대다수 대학은 올해 예산에서 연구비와 학생경비도 크게 줄여 학생과 교수들의 어깨가 한층 무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장기간의 등록금 동결과 국가장학금(Ⅱ유형) 축소 정책의 후폭풍이 장학금 및 연구비 등의 경비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풀이했다.

■사립대 10곳 중 6곳 장학금 삭감

15일 파이낸셜뉴스가 서울지역 주요 사립대 10곳을 대상으로 올해 교비회계 예산을 분석한 결과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중앙대, 경희대, 한국외대 등 6곳에서 올해 장학금을 지난해보다 줄였다.

경희대는 지난해에 비해 84억원(교외장학금 37억원, 교내장학금 47억원)을 감축했다. 경희대의 올해 장학금 예산은 총 789억9200만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0%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수백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 경희대가 올해는 지출 규모를 대폭 삭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앙대는 올해 장학금 예산을 62억원 넘게 삭감하며 삭감액 기준 그 뒤를 이었고 한국외대가 30억원, 성균관대도 39억원을 줄이는 등 감소폭이 컸다. 서강대와 한양대도 각각 24억원과 22억원 넘게 장학금 예산을 감축했다.

홍익대는 올해 예산에서 교외장학금 91억원과 교내장학금을 35억원 각각 증액해 올해 장학금 예산을 588억62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27% 늘려 대조를 보였다. 고려대는 36억원, 이화여대는 31억원을 각각 늘렸다.

■국가장학금은 포기

대학 장학금은 교외장학금과 교내장학금으로 나뉜다. 교외장학금은 교육부의 지원금과 외부 기부금 등이 주요 재원으로 사용되고 교내장학금은 학생들의 등록금을 활용한다. 특히 교내장학금은 교육부 대학평가와 직결되는 것으로 2012년부터 학교마다 예산을 늘렸지만 올해 들어 삭감하는 대학이 잇따라 출현했다.

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대학평가를 통해 받을 수 있는 국가장학금 Ⅱ유형 예산이 올해 크게 줄었다"면서 "대학들이 국가장학금 규모와 내부장학금으로 지출되는 규모를 저울질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가장학금 Ⅱ유형은 정원 감축, 등록금 인하.동결, 장학금 확충 등 대학 자체 노력과 연계된다. 이 때문에 받을 수 있는 지원금 규모가 줄어든 상황에서 몇몇 대학이 교내장학금 축소를 선택한 셈이다. 올해 국가장학금 Ⅱ유형 중 등록금 인하·동결이나 장학금 확충과 연계되는 '대학 자체노력 연계장학금' 규모는 3400억원 수준이다.

대학들의 장학금 축소는 예견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신규 교수채용 등 인건비는 매년 증가하는 상황에서 장기간의 등록금 동결로 연구·학생지원 예산을 줄이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 같은 경향은 올해 예산편성에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서울지역 10개 대학 중 7곳이 예산에서 교수·직원 보수를 증액했고 삭감한 대학은 서강대(-3.99%), 경희대(-1.74%), 중앙대(-1.16%) 등 3곳뿐이다. 반면 연구·학생경비를 증액한 곳은 이화여대와 홍익대 등 두 곳에 불과하다.


이에대해 한국장학재단 관계자는 "연초 예산에서 장학금을 줄인 대학들의 경우 2학기에 추가로 재원을 확보한다"면서 "실질적으로 장학금을 줄이는 대학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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