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피플일반

[모임에 산다 동·호·동·락] 국회 봉사단체 ‘소나무회’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1.20 18:15

수정 2014.11.07 14:47


푸른 절개와 올곧은 지조를 상징하는 소나무.

여기 사회 곳곳의 음지와 소외 지역을 찾아다니며 사랑의 손길을 펴는 사람들이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국회 봉사단체 동호회인 ‘소나무회’.

회원 자격은 직업도 나이도 직급도 상관없다. 그저 어려운 이웃을 조금이라도 돕고 싶은 ‘소박한’ 마음만 있으면 된다. 소나무회는 주로 국회 사무처 직원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수석 전문위원에서부터 의원 보좌관, 일반 사무직원, 청소원 등 비정규직에 이르기까지 직급이 다양하지만 이곳에서만큼 모두가 봉사활동을 함께 하는 동료일 뿐이다.

매월 첫째주나 둘째주 주말에 주로 정신장애인 보호시설이나 고아원 등을 찾아 빨래에서부터 식사, 청소 등 크고 작은 ‘허드렛일’을 비롯해 야외 나들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노숙자 무료 급식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일 중 하나다.

전체 회원 수가 400여명 안팎에 달할 만큼 날이 갈수록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작은 천사’들의 합류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출발은 초라했다. 지난 92년 9월 출범 당시만 해도 회원이 10명에 불과했다. 당시엔 불교를 믿는 국회 공무원 모임이었는데 ‘불우이웃돕기’라는 목적이 알려지면서 기독교, 천주교 공무원 모임이 가세해 몸집이 커졌다는 전언이다.

움직이면 돈이 드는 것은 당연지사. 사회의 그늘진 이웃들을 찾아다니니 비용이 만만치 않다. 회원별로 자기 형편에 맞게 수천원에서부터 수만원에 이르기까지 후원금을 ‘십시일반’ 모은다.

이렇게 모은 후원금은 비록 넉넉하지 않지만 될 수 있으면 최대한 여러 곳에 후원하고 있다. 직접 찾아가기도 하지만 가끔은 국회로 이들을 초청해 하루종일 서울 나들이를 함께 하기도 한다. 일반인처럼 가고 싶은 곳이나 먹고 싶은 것이 있어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점을 감안, 풍족하지는 않으나 기꺼이 ‘친구’가 되고 때론 ‘동반자’가 된다.

특히 맘 놓고 자기 얘기를 털어놓고 싶어도 움츠러든 마음과 불편한 몸 때문에 사람들과 만나기를 꺼리는 이들의 속내를 살갑게 들어주기도 한다. 올 여름에는 장애우 시설인 은혜의 집 식구들을 국회로 초청, 소풍도 가고 버스를 타며 서울 나들이도 함께 하는 소중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가끔 국회를 ‘권력의 상징’처럼 여기는 사람들로부터 기분 나쁜 청탁을 받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봉사 모임이라 힘이 없다는 ‘친절한(?)’ 너스레를 떨며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게 웃어넘기는 일도 있다. 다만 봉사활동 자체가 외부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일을 한사코 거부한다. 작은 봉사가 괜한 관심을 받는 것 자체가 봉사의 ‘희소성’을 알리는 것 같아 부담이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에는 큰 경사가 있었다. 국회사무처에서 선정한 ‘아름다운 국회인(단체부문)’ 시상식이 있었던 것. 이 상은 딱딱하고 권위적인 국회의 일반적인 이미지를 불식시키고자 국회사무처가 지난해 처음으로 기획했다.

국회 직원들의 아름다운 효행이나 선행 및 미담을 발굴해 사회적 소외계층에 대한 사랑과 희생의 정신을 널리 전파함으로써 ‘나눔의 국회’ ‘더불어 사는 사회’로 가기 위함이란다.

국회 소나무회의 가장 큰 바람은 중증 장애우를 위한 보호시설을 운영하는 것. 갈 곳도 편안한 쉼터도 없는 중증 장애우들을 번듯한 집에서 보호하고 싶다는 게 그들의 소망이다.


김문희 회장은 “사회의 그늘진 곳이 너무 많다. 우리가 일하고 먹고 웃고 슬퍼할 때 그들은 소외감에 몸부림치고 있다.
보호도 좋지만 마음의 친구가 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면서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사회 약자들이 편안하고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하는 데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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