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피플일반

[fn 이사람] ‘바냐아저씨’ 연출 이성열 극단 백수광부 대표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0.18 18:16

수정 2014.11.01 12:17

[fn 이사람] ‘바냐아저씨’ 연출 이성열 극단 백수광부 대표

"나이 50쯤에 '인생 헛살았구나', 이렇게 느끼는 사람이 바냐입니다."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오는 26일부터 내달 24일까지 올려질 체호프 연극 '바냐 아저씨' 연출가 이성열(51 사진) 극단 백수광부 대표. 그는 작품의 주인공 보이니츠키(바냐)의 캐릭터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동안 내가 무얼 위해 살았지? 과거는 없고, 현재는 무의미하고 미래는 보이지 않는 50대들, 대부분이 소설속 바냐아닐까요."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1860~1904)의 이 작품은 그의 장막극 대부분이 그러하듯, 특별한 사건을 다룬 이야기는 아니다. 보이니츠키는 죽은 누이동생 남편인 세레브랴코프 교수를 위해 누이동생의 딸 소냐와 함께 매부의 시골 토지를 지키며 살고 있다. 어느 날 퇴직한 매부가 젊고 아름다운 후처 엘레나를 데리고 오랜만에 시골 영지로 돌아오면서 이곳의 평온한 일상엔 작은 파동이 인다.

이성열 연출은 "정작 사건은 지금 눈앞에 있지 않아요. 과거에, 아니면 인물의 내면 안에 있습니다.
이 작품은 연출이 끼어들 곳이 없어요. 원작의 시적인 함축성이나 음악적 리듬을 살리는 데 주력할 겁니다."

묵직한 작품들의 본질적 문제에 천착해왔던 그는 체호프 희곡의 키워드를 뽑아 만든 창작극 '굿모닝 체홉'으로 백상예술대상 신인연출상(1998)을 받은 적 있고, 그후 '놀랬지? 체홉'과 '세자매' '벚꽃동산' 등도 올린 적이 있다. 하지만 10여년 가슴속에 품고온 체호프 작품은 실은 '바냐 아저씨'였다.

"체호프 작품 중 가장 흥행이 잘되는 게 '갈매기'고, 안 되는 작품이 '바냐 아저씨'입니다. 인물들의 계급을 따지면 '바냐' 쪽이 가장 서민적이고 평범해요. 대부분이 실패와 좌절을 겪습니다. 오히려 그런 점에서 더 끌렸나봅니다."

체호프의 작품은 19세기 말 현실에 있지만 삶의 풍경과 대사가 주는 시대성을 따지면 오히려 현대적이라는 것에 연출가는 집중한다. "우리 1920, 1930년대 소설보다 더 현대적이에요. 1960년대 겨울의 감각이라고 할까요. 고전이지만 세월의 간극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냉정하게 사물을 직시하면서도 서머싯 몸이나 모파상과는 다른, 체호프의 따뜻한 시선을 그대로 따라간다. "사실주의, 자연주의 작가로서 완전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어요. 체호프는 냉혹한 현실을 그대로 풀어내면서 그것을 통해 또 살아갈 힘을 갖게 해주는 방식입니다. 체호프의 그 감각을 공유하고 찾아가는 것에 온 에너지를 쏟고 있습니다.
"

그는 "체홉의 일상은 단순하고 명료하다. 그러니 기교는 안 통한다.
정면승부하는 식의 작품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