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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빈손’ 한경직 목사 재조명

황보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12.22 21:50

수정 2014.11.20 11:59

'한경직 목사의 아름다운 빈손'이라는 다큐멘터리를 25일 밤 10시30분에 KBS 1TV에서 방영한다.

고(故) 한경직 목사는 종교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템플턴상을 수상한 유일한 한국인이자, 세계가 인정한 20세기 한국 기독교의 대표적인 목회자다.

'너무 많은 걸 이뤄놓고도 너무 많은 것을 가질 수 있었음에도 누구보다 가난한 길을 선택한 사람', '자기보다 어린 사람들에게도 존댓말을 썼던 겸손한 목사', '고아들의 아버지', '겸손과 청빈의 대표적인 목사' 등이 그를 수식하는 말들이다.

2000년 4월 남한산성 기슭의 작은 처소에서 그는 98세를 일기로 삶을 마감했다.

그가 남긴 것은 40년을 사용하던 일인용 침대, 안경, 해어진 양복 몇 벌과, 낡은 성경책이 전부였다.

한 목사는 평생 청빈한 삶을 살았다.
한평생 자신의 이름으로 땅 한평, 집 한 채 사본 적이 없고, 저금 통장 하나 없었다. 어려운 시절에도 먹을 것이 생기면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 줬다. 그는 평생 이웃사랑과 나라사랑을 실천하는 삶을 살았다. 그는 한평생 섬겼던 영락교회에서 사택을 지어줬으나 너무 크고 사치스럽다며 사양하고 남한산성의 6평 남짓한 공간에서 여생을 보냈다.

고 한 목사는 고당 조만식 선생이 교장으로 있던 오산학교를 통해 조국에 대한 사랑과 민족 사랑을 배웠다. 그는 "조국을 위해 울라, 조국을 위해 기도하라, 조국을 위해 네가 할 일을 하라"며 항상 애국과 애족의 신앙심을 강조했었다.

그는 6·25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여인을 위한 우리나라 최초의 모자 시설인 '다비다 모자원', 전쟁 고아를 위한 지금의 월드비전인 선명회, 노인들을 위한 '영락경로원', 영락사회복지재단 등을 설립했고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 등 한국 교회와 사회를 위해 평생을 바쳤다.

그를 떠올리면 많은 일화들이 있다.

1992년 한 목사가 템플턴상을 받을 때 상을 수상할 자격이 없다고 극구 사양하는 한 목사를 설득해 수상식에 가기로 했는데 마땅히 입을 양복이 없어 방에서 나오지를 못했던 일, 템플턴상 수상 후 상금 100만달러(약 12억원)를 받자마자 북한을 위해 써 달라며 전액을 기부하고는 1분 동안 백만장자가 돼 봤다며 환하게 웃었던 일이 있었다.
또 한 목사에게 선물로 겨울에 오리털 점퍼를 드렸지만 얼마 후 교회 앞 병원 앞에서 구걸하는 시각장애인이 그 옷을 입고 있던 일, 한 목사의 10주기 추모 유품전을 준비하는데 영락교회로부터 인계된 한 목사의 유품이 너무 없어 당황했던 일 등도 있었다.

KBS의 안상숙 작가는 "고 한경직 목사는 자신에게 허락된 모든 것을 국가와 민족을 위해 쏟아 부으며 스스로 가난한 삶을 선택했다"면서 "하지만 그의 삶과 정신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한 메시지로 남아 혼돈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안 작가는 "이 시대의 우리는 지금 어디 있으며, 어디로 가는가. 그리고 무엇을 위해 사는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를 밝혔다.

/hbh@fnnews.com황보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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