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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준 ETRI 연구위원 “IT코리아 답게 공개SW 활성화 기여”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3.25 16:51

수정 2013.03.25 16:51

김명준 ETRI 연구위원 “IT코리아 답게 공개SW 활성화 기여”

"9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감개무량합니다."

지난 16일 한국인 최초로 리눅스재단(Linux Foundation)의 선출직 이사에 선임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김명준 연구위원(58·사진)은 담담하게 소감을 전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둔 리눅스재단은 전 세계적으로 붐이 일고 있는 공개 소프트웨어(SW) 확산을 이끄는 범세계적 비영리단체다. 전 세계 정보기술(IT) 시장을 선도하는 구글이나 애플과 달리 오픈 소스를 기반으로 운영체제(OS) 등의 SW를 아무런 장벽 없이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세상을 구현하자는 목표로 출범했다.

최근 구글과 애플이 장악한 모바일 생태계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삼성전자 등 각국을 대표하는 IT기업들이 참여한 '타이젠' OS도 리눅스재단에서 추진한 결과물이다.

이처럼 리눅스재단의 중요 의제나 최종 의사결정은 16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이뤄진다.
이사회는 인텔, 오라클, IBM 등 미국 기업 중심으로 구성됐으며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3명의 이사를 두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50만달러의 회비를 내야 하는 플래티넘 회원에 가입해 당연직 이사를 배출한 바 있다. 그러나 회원사들의 투표로 뽑는 선출직 이사는 김 위원이 한국인 최초다.

김 위원은 이번 이사 선임 배경에 대해 "2005년부터 리눅스의 전신인 'OSDL'의 회원으로 꾸준히 활동한 게 이런 성과로 나타났다"며 "리눅스 본산에서 그동안 공개SW 분야의 변방이던 한국을 동료로 인정해 줬다는 점에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과 함께 이너서클인 이사회의 16명 가운데 2명이 한국인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리눅스재단과 공개SW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과 영향력이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1986년부터 ETRI에서 근무해온 김 위원은 국내 공개SW 분야의 선구자 같은 인물이다. 지난 2001년 2월에는 국내 공개SW 활성화를 위해 '리눅스 제국 건설'을 주창하고 한국 공개SW 활성화 포럼 설립을 주도했다. 아울러 동북아시아 공개SW 활성화 포럼 등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펼쳐 왔다. 김 위원은 지난 2004년부터 4년간은 공개SW 핵심기술 개발 국책과제인 '부요(Booyo)'의 연구 책임을 맡기도 했다.

김 위원은 이번 이사 선출을 계기로 한국이 세계 공개SW 확산에 기여할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한·중·일 3국은 지난 10년 동안 '동북아 공개SW 활성화 포럼'을 진행하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나까지 포함해 5명의 이사를 보유한 한국과 일본이 협력하면 세계 공개SW 시장에서 아시아의 영향력 강화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사실 한국은 그동안 리눅스 기술을 사용만 했을 뿐 개발 측면에서는 별다른 기여를 못했다"며 "한국의 경제규모와 IT 강국의 위상과 걸맞지 않게 우리가 개발한 공개SW 원천기술이 없다는 게 항상 아쉬웠다"고 털어놨다. 김 위원은 "한국 개발자들이 개발한 SW 오픈 소스를 전 세계가 사용하는 날이 오도록 일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 위원은 우선 IT 불모지인 중앙아시아에 공개SW 보급을 위해 투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의 신흥국가들은 IT 인프라가 낮기 때문에 오히려 새로운 SW 기술을 접목시키기 수월하다"며 "우리나라가 25년 전 유닉스로 행정전산망을 구축했듯이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전자정부 건설에 우리 공개SW 기술이 밑거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기반을 마련한다면 국내 기업들의 현지 진출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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