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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정지원 뉴욕 특파원

박지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6.24 17:28

수정 2010.06.24 17:28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 회장과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세계 최고 갑부라는 타이틀을 놓고 매년 각축을 벌이고 있다.

비록 재산 축적에 있어서는 라이벌이지만 게이츠 회장과 버핏 회장은 절친한 친구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함께 여행을 즐기는 것은 물론이고 온라인을 통해 '브리지'라는 카드게임을 매주 즐기는 사이로도 잘 알려져 있다.

버핏 회장과 게이츠 회장이 이처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두 가지 철학을 공감하기 때문이다.

첫째, 두 사람은 자식에게 너무나 많은 재산을 물려주는 것은 축복이 아니라 짐이라는 점을 공감하고 있다.

둘째, 이들은 미국의 그 누구보다 자선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회의 리더들이다.

내년에 80세가 되는 버핏 회장은 지난 2006년 자신의 재산 중 15억달러를 게이츠 회장과 그의 부인이 함께 설립한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기부해 세상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총 302억달러 규모의 게이츠 재단은 교육 분야와 기아, 가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돕는 미국의 대표적인 자선단체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버핏 회장과 게이츠 회장의 행보가 최근 또 다시 주목받고 있다.

두 사람이 미국의 억만장자들에게 재산의 절반을 자선사업을 위해 기부할 것을 독려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지난달 뉴욕에서 열린 비공식 만찬 모임에서 미국의 대표적인 가문 중 하나인 록펠러의 후손과 억만장자 뉴욕시장인 마이클 블룸버그, 토크쇼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 등 미국을 움직이는 갑부 400명에게 재산의 절반을 가난한 사람들과 병든 사람, 어린이들과 노약자들을 위해 사용할 것을 요청했다.

게이츠 회장과 버핏 회장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미국 내 주요 억만장자들과 두 차례 이상 사적인 모임을 갖고 개인 재산의 사회기부 문제를 집중 논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에 따르면 현재까지 400명 중 약 절반이 이를 수락했다고 한다.

아무리 경제가 힘들다고 하지만 미국에서는 이 같은 기부문화가 상류층 사회에 강하게 뿌리박혀 있다.

지난 100년간 록펠러가와 카네기가가 사회를 위해 기부한 액수를 오늘날 돈으로 환산하면 약 70억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포천지에 따르면 미국의 400대 억만장자 모두가 재산의 반을 기부할 경우 총 기부액은 무려 6000억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미국 자선활동단체들이 받은 총 기부금이 3000억달러라는 사실을 감안했을 때 이는 가히 어마어마한 액수가 아닐 수 없다.

2년 전 버핏 회장의 자서전에서 재미있고 흥미로운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매년 미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리는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주총회에서 버핏은 회장으로서 마이크를 잡고 연설을 한다. 일반인들은 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시험하기 위해 마이크 앞에서 '원, 투, 스리, 테스팅, 테스팅'이라고 하지만 버핏은 '원 밀리언, 투 밀리언, 스리 밀리언, 테스팅, 테스팅'이라고 한단다. 뭐든지 크게 보라는 얘기다.

최근 한국의 한 연구기관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선진화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24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특히 사회 지도층의 솔선수범을 의미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30개국 중 30위를 차지했다. OECD 국가들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국가는 스웨덴과 덴마크, 그리고 미국이었다.

한국의 청소년들이 빌 게이츠 회장과 워런 버핏 회장을 머릿속에 떠올릴 때 '부자'가 아닌 '자선 사업가'로 생각하는 교육환경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jjung72@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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