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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2012년판 新삼국지 읽는 법/차상근 베이징 특파원

차상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2.16 16:56

수정 2012.02.16 16:56

[월드리포트] 2012년판 新삼국지 읽는 법/차상근 베이징 특파원

 중국 차세대 지도자 후보군 가운데 보시라이 충칭시 공산당위원회 서기(63)만큼 화젯거리를 몰고 다니는 이는 없다.

 그가 올가을 10년 만의 중국 권력재편을 앞두고 새해 벽두부터 국제적 관심을 사고 있다. 그의 최측근인 왕리쥔 충칭시 부시장 겸 전 공안국장이 그를 '최대의 간신'이라고 공격하는 사건이 터졌기 때문이다.

 보 서기는 8대 혁명원로인 보이보 전 부총리의 아들로 중국을 이끄는 9인의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신규 진입이 유력한 인사중 한 명으로 꼽혀왔다.

 앞서 랴오닝성장과 상무부장 등을 거치면서 한국과도 상당한 교류를 해온 고위층 인사 중 한 명이어서 한국에서도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동북(랴오닝·지린·헤이룽장성)진흥정책을 현장에서 이끌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며 2007년 충칭 시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범죄와의 전쟁, 당과 사회주의 이념을 앞세우는 홍색캠페인 등으로 논란거리를 만들어 왔다.


 정치적 카리스마와 선 굵은 행보, 탁월한 개인 능력에 출신배경 등까지 분명히 지도자 반열에 올라 계파의 수장역을 맡을 것으로 예상돼온 그가 이번에 정치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왕리쥔의 미국 영사관 진입과 그에 대한 당중앙 기율조사위원회에 의한 조사 등은 초기 대응에 보 서기가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9인의 중앙상무위원과 장쩌민 전 국가주석 등 원로그룹들의 보 서기에 대한 기율위 조사 합의설 등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아울러 양회 이전에 조사결과를 공개한다는 내용까지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왕리쥔의 미국 망명 기도설까지 나오면서 당 차원의 조사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지만 보 서기의 정치적 비중을 볼 때 상당히 속전속결식 진행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는 나아가 올가을 제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전대)에서 당 총서기와 9인의 상무위원 등 새 지도부 구성을 앞둔 3대 계파간 본격적인 권력암투로 비치고 있다.

 본인의 힘만으로는 해결 불가능할 것 같은 이번 사건으로 보 서기가 상무위원 진입에 실패할 것이라는 추측도 확산되고 있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것이 보 서기의 상무위원 진입 여부가 중국의 차기 권력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냐는 문제다.

 보시라이는 태자당(혁명원로 자제그룹) 중의 핵심으로 꼽힌다. 태자당에는 내년 국가주석직을 거의 예약한 시진핑 부주석이나 위정성 상하이 당서기가 포함된다.

 현재는 후진타오 주석이 이끄는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파가 최대 세력이다. 공청단의 경우 후야오방 전 총서기 때에 골격이 완성돼 전국에 250여만개의 산하조직과 8000만명 이상의 조직을 갖춘 '리틀 공산당'이다.

 공청단파에는 리커창 부총리를 포함, 리위안차오 당 중앙조직부장, 류윈산 당 중앙선전부장, 왕양 광둥성 서기 등 상무위원 유력 후보자는 물론 중앙과 지방 성시 최고위층을 대거 장악하고 있다.

 후 주석의 집권 10년 동안 엄청나게 세력을 확장한 공청단파와 미래 권력을 예약한 시진핑의 태자당파가 치열한 권력다툼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다소 힘이 부치는 모습인 장쩌민 전 주석의 상하이파가 합종연횡하면서 '2012년판 신삼국지'를 써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태자당파를 견제하기 위한 공청단 쪽의 공격으로 보고 영사(影射)로 풀이하는 시각이 많다.

 즉 미래에 가장 유력한 세력의 2인자를 공격함으로써 계파간 힘의 균형을 가져가려는 의도란 분석이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시 부주석 측이 공청단이나 상하이방으로부터 보다 많은 권력을 넘겨 받기 위해 이번 사건을 활용한다는 '양모론(陽謀論)'도 제기되고 있다. 음모와 달리 주도세력이 권력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해 드러내놓고 책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문화혁명 당시의 백가쟁명과 뒤이은 대대적 숙청이 대표적이다.


 보 서기의 건재 혹은 낙마가 중국을 이끄는 현재와 미래 권력의 방향타가 될 전망이다. 때문에 보 서기의 존재가 더욱 관심을 끄는 한 해가 될 것이란 게 베이징 정치분석가들의 시각이다.
권력 부침의 시발점도 보 서기에 대한 조사결과로 예상되고 있다.

csky@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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