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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스마트TV 논쟁,뻔한 결론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2.17 09:26

수정 2012.02.17 09:26

스마트폰 갤럭시가 한 대 있다고 치자. KT 가입자는 갤럭시를 사서 KT 통신망에 접속한다. 통신망은 전적으로 KT가 깐다. 갤럭시를 생산한 삼성전자는 통신망을 까는데 1원도 보태지 않는다. 스마트폰만 팔면 그 뿐이다. 대신 KT는 가입자로부터 통신료를 받는다. 이게 지금껏 시장이 돌아가는 구조다.


데스크톱·노트북·태블릿PC로 인터넷에 접속할 때도 제조사는 통신망 확충 비용을 내지 않는다. IPTV도 마찬가지다. 통신사는 통신망을 제공하는 대가를 가입자로부터 받는다.

애당초 스마트TV를 팔 때도 통신료를 부과한다는 사실을 알렸다면 소동은 없었을 것이다. 어떤 이유에선지 삼성전자는 스마트TV를 일반TV처럼 팔았고 KT는 스마트TV의 인터넷 접속을 허용했다. 뒤늦게 아차 싶었던 KT가 인터넷 접속을 끊자 삼성전자는 가처분소송으로 맞섰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중재로 접속을 잇고 소송을 취하했지만 갈등은 여전하다.

삼성전자는 망 중립성을 강조한다. 통신망을 도로·항만시설과 같은 공공재로 간주해 모든 이에게 개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KT처럼 망을 까는데 막대한 돈을 들인 민간 통신사들에게 망 중립성은 당최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생각해 보라. 삼성전자 같은 전자업체들이나 네이버·구글·유튜브 같은 포털업체들이 누구 덕에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는가. KT의 눈에 이들은 천하의 얌체다. 그래도 스마트폰·태블릿PC까지는 참을 수 있었다. 가입자로부터 통신료를 받았기 때문이다. 불만은 공짜 스마트TV에서 터졌다.

사실 스마트TV 소동의 해법은 간단하다. PC·스마트폰·IPTV처럼 가입자로부터 통신료를 받으면 된다. 문제는 스마트TV의 부실한 존재감이다. 지금 스마트TV는 말만 스마트하다. 돈 내고 쓸만한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하다. 또 아무리 콘텐츠가 풍부해도 TV는 역시 TV다. "난 TV만 보겠다"고 하면 그뿐이다.

지금 소비자에게 통신료를 내라고 했다간 반발이 클 것이다. KT도 삼성전자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생각이 없다. 억울한 마음에 KT는 삼성전자를 물었고 삼성전자는 왜 나를 무느냐고 난리다. 이번 싸움은 전초전에 불과하다.
진짜 큰 싸움은 삼성·애플·구글이 주도하는 스마트TV가 대세가 될 때 터진다. 지금은 한국에 국한된 국지전이지만 그땐 전 세계 통신업계와 전자·포털업계가 한판 붙는 전면전이 될 것이다.
예상 결론? 만만한 소비자가 다시 봉이 될 거라는 데 한 표 던진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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