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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부부는 행복의 원천인데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2.16 09:42

수정 2012.02.16 09:42

양처(良妻)건 악처(惡妻)건 나는 다 좋다. 왜? 양처를 가지면 행복하고 악처와 더불어 살면 철학자가 되기 때문이다. 이 대답에 불만이 있으면 소크라테스님에게 따지시도록.

이 말을 '역(逆)도 진리다' 식으로 뒤집으면 "처가 없으면 나는 행복하지 않고 철학자가 될 수도 없다"가 된다. 그러니 싫건 좋건 나는 처가 있어야 된다. 남과 여는 반쪽이지만 부부는 한쪽이 된다고 말해도 비슷한 뜻이 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부는 행복의 원천이다.
그런데 한국이라는 동쪽의 나라에서 옛날이 아닌 지금,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행복한 삶의 원천을 '배우자'라고 생각하느냐는 여론조사의 질문을 받고 한국 커플들은 50% 정도만이 그렇다고 답변했다. 그렇다고 대답한 커플의 전 세계 평균이 67% 인데도 말이다. (동서고금이란 말 취소해야겠네)

이 조사는 로이터통신의 '입소스 글로벌 퍼블릭 어페어스(IGPA)'가 전 세계 24개국 2만12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다. 제일 긍정도가 높은 곳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82%에 달했다. 한국과 같이 꼴찌 수준을 맴도는 나라론 일본도 꼽혔다.

일본은 잘 모르겠고, 동방예의지국이라는 한국에서 사람들의 마음이 왜 이렇게 이기적이고 강퍅해 졌을까. 아마 "돈이나 재산이 행복의 원천이지 그 남자 그 여자는 아니다'라고 생각한 때문일까. 한국 남녀가 '물신의 노예'가 돼버린 나머지 배우자의 존재를 평가절하 한 것인가. 그럴 수도 있다는 통계적 뒷받침이 마침 15일 발표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빈곤인구의 절반 이상, 자세히 말하면 54.9%가 1~2인 가구에 속한다. 중위소득의 50% 이하면 빈곤인구로 친다는 그 빈곤인구 가운데 2인가구는 31.3%, 1인가구는 23.6%를 차지했다.
가난한 가구에서도 2인 가구가 더 많은 것이다. 그나마 잘 살려면 1인 가구로 즉 혼자 사는 게 낫다는 쓰디쓴 결과를 보여준다.


2인가구의 상당 부분은 홀로된 부모와 자식으로 구성된 변형된 핵가족이지만 또 상당 부분은 노부부 가구다. 가난을 면하려면 혼자 사는 게 낫다는 생각을 접는 게 행복의 원천을 찾는 길 아닐까.

ksh910@fnnews.com 김성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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