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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아침] '중동 순방성과' 엇박자 홍보/전용기 정치경제부 차장

전용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2.17 16:52

수정 2012.02.17 16:52

[토요일아침] '중동 순방성과' 엇박자 홍보/전용기 정치경제부 차장

 청와대 기자실에 '대한민국, 자원강국으로 가는 길'이라는 책자가 보도자료가 쌓인 탁자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주초만 해도 보이지 않던 책자인데 이명박 정부 들어 이룬 자원 확보의 성과가 컬러 사진과 함께 상세히 담겨 있다.

 이 책자를 보는 청와대 기자들의 마음은 그리 편치 않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과 터키 및 중동 3개국 순방을 함께 다녀왔던 기자들은 '웬 뒷북(?)'이라며 씁쓸해한다. 이번 순방 때 보여준 청와대와 지식경제부, 외교통상부의 엇박자 때문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줬던 곳이 바로 불과 1주일 전 방문했던 '카타르'이다.
카타르는 당초 이번 순방에 예정이 없었던 곳이다.

 이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셰이크 하마드 카타르 국왕이 카타르 방문을 간곡히 요청했다. 일정상 카타르 방문이 쉽지 않다는 한국 측 반응에 하마드 국왕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직접 오겠다고 해서 부랴부랴 일정을 변경, 카타르를 방문하게 됐다.

 하마드 국왕의 요청도 요청이지만 '에너지 협력'은 물론 카타르에 거세게 불고 있는 '월드컵 건설특수'가 이 대통령의 발길을 카타르로 돌리게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떠나기 전에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지경부와 외교부에서 만든 에너지 및 건설 양해각서(MOU) 자료가 있다면 사전 배포해 줄 것을 몇 번씩 요청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과 시차로 인해 직전 순방지에서 기사가 들어갈 지면을 미리 잡아 놔야 실제 기사를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별다른 자료가 나오지 않자 답답한 마음에 지경부 출입 기자에게 직접 묻기도 했다. 지경부 출입기자는 '이번 순방 보도는 청와대에서 총괄하고 지경부는 필요 시 보도 참고자료를 내기로 했다. 청와대에서 배포한 자료가 구체적이어서 별도 보도 참고자료를 배포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했다.

 지난 9일 한국 시간 오후 10시 넘어 청와대가 카타르 현지에서 참고하라며 지경부 작성 보도자료를 나눠줬다. '한·카타르 에너지·산업협력 MOU 및 중장기 액화천연가스(LNG) 도입계약 체결'이라는 제목으로 가스공사와 카타르 라스가스사가 향후 21년간 연간 200만~400만t의 LNG를 한국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했다는 나름 의미 있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다음날 상당수 신문은 이를 담지 못했다. 야간 당직 기자에게 부탁해 대통령 기사 말미에 한 줄 넣은 언론사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경제 현안과 관련, 청와대 기자들이 생각하는 최적의 조합은 대통령 발언과 움직임을 신문 1면 또는 2~3면으로 불리는 종합면에 쓰고 해당 내용을 자세히 아는 기획재정부, 지경부, 국토해양부 등 경제부처 출입기자들이 경제면에 소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코워크(Co-Work)'는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 대통령 관련 기사의 주목도가 낮아진 이유도 있지만 경제부처는 미루고 청와대는 제대로 챙기지 못한 탓도 적지 않다.

 귀국 후 '순방성과'와 '중동 붐'이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대통령이 김대기 경제수석과 천영우 외교안보수석을 질타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경제수석실과 외교안보수석실은 귀국 다음날 '순방 결과 참고자료'를 내놨다. 하지만 버스 떠난 뒤 손 흔드는 꼴이 됐다.


 이 대통령이 직접, 국무회의에 각 부처 장관은 물론 차관, 청장 등을 모두 불러 중동지역 방문 결과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으며 지역 언론사 사장단을 초청한 자리에서 "세계의 돈은 중동으로 다 모이는 것 같다"며 '제2의 중동 붐'을 역설했다.

 이 대통령 입장에선 갈 길은 멀고 시간은 없는데 모두 다 뒷짐 지고 있는 이 상황이 답답했을 것이다.
그 상황을 지켜보는 청와대 기자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courag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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