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칼럼] 제2의 중동 건설붐 잇기/한만희 국토해양부 제1차관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2.19 16:45

수정 2012.02.19 16:45

[차관칼럼] 제2의 중동 건설붐 잇기/한만희 국토해양부 제1차관

 최근 우리 건설업체들은 1980년대 초에 이어 제2의 중동 붐을 맞고 있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우리 업체의 해외건설 누계 수주액은 2673억달러(연평균 534억달러)이며 이 중 중동지역 수주액은 1625억달러(연평균 325억달러)로 그 비중이 60.8%에 이른다. 우리나라 3대 수출품목인 자동차, 조선, 반도체의 2011년 수출액이 각각 453억달러, 565억달러, 501억달러라는 점에서 해외건설 수주, 특히 중동지역 해외건설 수주액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를 쉽게 가늠할 수 있다.

 ■중동, 대규모 인프라 발주 증가

 우리 업체가 지금 누리고 있는 제2의 중동 붐은 유가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올해 세계경제 침체로 석유수요가 급감해도 유가는 배럴당 88달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동 산유국들은 고유가로 인해 풍부해진 재정을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 우선 석유 고갈 시대에 대비해 원유를 단순판매하는 구조에서 정제 과정을 통해 최종 산출품을 생산·판매하는 산업구조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대규모 석유화학 플랜트 발주를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또 중동 산유국 지도자들은 2011년 재스민혁명 영향으로 높아진 자국민의 민주화 요구를 만족시켜주기 위해 서민주택, 전력시설, 철도 등 대규모 인프라 사업 발주도 늘릴 전망이다. 따라서 당분간 우리 기업들의 중동지역 수주물량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우리 업체들은 지금의 제2 중동 붐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중국의 추격이 매섭기 때문이다. 중국 건설업체들의 해외수주액은 2008년에 이미 1000억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2010년에는 1344억달러를 달성, 세계 1위 수주액을 기록하고 있다. 그간 중국 건설업체들은 토목·건축 분야와 달리 플랜트 분야에서는 우리 업체와 비교해 시공능력이나 실적이 부족해 중동 수주 비중이 낮았으나 2007년 이후 급성장해 2010년에는 전체 수주액의 30%를 중동에서 이뤄냈다.

 그럼 우리 건설업체들이 중국업체의 추격을 벗어나 제2의 중동 붐을 온전히 누리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우선 수주물량 확대를 소화해낼 수 있는 전문인력 양성이 시급하다. 전문인력 부족은 당장 수주한 사업의 성공적인 수행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우리 건설업체의 장기적 성장기반을 약화시키게 된다.

 ■전문인력 양성, 금융능력 제고해야

 또 금융조달 능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오일달러가 풍부한 중동 산유국들은 전력이나 교통인프라 건설 시 책임분담과 금융비용 경감 차원에서 건설에 참여하는 EPC(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 업체들에 일정 비율 이상의 자금조달을 요구하는 추세다. 이렇게 시공상 기술경쟁력 못지않게 자금조달 능력이 수주의 핵심 요소가 된 이상 우리 건설업체 역시 이런 추세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제 금융시장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춘 고급인력을 확보하고 중장기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리스크관리 능력도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 정부도 글로벌 인프라펀드 규모 확대와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적극적인 투자사업 지원 등을 통해 우리 기업의 금융조달 능력을 개선하는 데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리의 해외건설은 교통인프라나 발전시설 등을 단순하게 건설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건설된 사회기반시설을 효과적으로 운영·관리해 나갈 수 있는 제도적 기반까지 수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중동 국가에 아무리 훌륭한 도로망과 철도를 건설했다 해도 교통수요를 적절하게 배분.제어하는 시스템이 도입되지 않으면 교통 인프라의 효율성이 반감될 것이다.
결국 해외건설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패키지로 제공될 필요가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이런 통합적 해외수출이야말로 우리의 제도가 상대국에 탄탄하게 자리잡게 돼 제2의 중동 붐에 이어 제3의 중동 붐을 일으키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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