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가 국책사업으로 추진 중인 50만가구 주택건설은 전체 사업비가 667억달러로 우리나라 연간 해외수주(지난해 591억달러)보다 많은 초대형 사업이다. 사우디 정부가 공사비를 전액 부담하는 만큼 위험부담이 거의 없다는 게 장점이다. 이 가운데 1만가구 시범사업은 수도 리야드 외곽에 인구 6만명 수용 규모인데 지난해 12월 우리 건설업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우디 정부에 추진 제안서까지 제출하는 등 이미 상당 부분 진척이 이뤄진 상태다.
사우디 주택사업 참여가 갖는 의미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넘쳐나는 오일달러 확보다. 유럽 재정위기와 세계적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중동 산유국들은 막대한 달러를 벌어들였고 쓸 곳을 고민 중이다. 지난해 상반기 이후 정정불안으로 건설 신규 발주가 거의 없다가 최근 다시 본격화하는 추세다. 국내 주택시장 침체로 고전 중인 우리 건설업계가 해외 주력 시장인 중동을 주목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재스민혁명 이후의 통치환경 변화도 눈여겨봐야 한다. 중동 산유국은 대부분 왕이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왕정국가지만 혁명 이후 위민(爲民)정치로 변화가 뚜렷하다. 사우디가 대규모 주택 건설에 나선 것도 같은 배경으로 볼 수 있다. 사우디가 중동의 '맹주'란 점에서 주변 산유국에 미칠 파급효과도 기대된다. 만성적인 주택 부족에 시달리는 다른 중동국가들도 주택 건설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만큼 주택 분야에 강점을 가진 국내 건설업체들이 주목할 일이다.
중동 건설 특수가 가시화되면 한국 경제에도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하지만 건설업계도 일자리 창출로 연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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