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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무상보육은 투자다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2.06 17:01

수정 2013.02.06 17:01

복지는 비용일까 투자일까. 한국에선 비용으로 보는 시각이 주류다. 전면 무상보육을 실시한다니까 당장 돈을 어디서 마련할 거냐고 묻는다. 복지비의 경직성을 들어 섣불리 인심을 써선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멀리 그리스·이탈리아·스페인은 흥청망청 쓰다가 나라를 망친 단골 사례로 인용된다.

복지는 과연 100% 비용일까. 꼭 그런 것은 아니라고 믿는 이 중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있다. 박 당선인은 지난달 말 인수위원회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복지에 대한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복지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미래의 더 큰 번영을 만들어내기 위한 중요한 정책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최저 출산율을 보면 복지가 반드시 비용이 아니라는 데 동의하게 된다. 저출산율은 한국 경제를 짓누르는 만병의 근원이다. 일본을 보면 안다. 노인이 많을수록 경제 활력이 떨어진다. 노인을 부양해야 할 젊은이들의 어깨는 갈수록 무거워진다. 젊은 부부가 아이를 더 낳으려면 양육·보육에 부대끼지 않고 경제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 아이들이 한국 경제의 미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970년 0~14세 연령층은 전 인구의 42.5%를 차지했다. 65세 이상은 3.1%에 불과했다. 이 숫자가 오는 2030년엔 12.6%대 24.3%로 바뀐다. 위가 아래를 짓누르는 역삼각형 구도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2060년엔 0~14세가 10%로 떨어지고 65세 이상이 40% 안팎으로 치솟는다. 어린이 1명당 노인 4명꼴이다. 말 그대로 노인천국이다.

세대간 갈등은 이미 시작됐다. 노인을 위한 기초연금을 국민연금에서 빼간다니까 젊은이들이 들고 일어났다. 주유소 아르바이트 자리를 놓고 할아버지와 손자가 경쟁한다. 저출산율은 이미 사회통합을 해치고 있다.

그리스만 볼 게 아니라 스웨덴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을 보자. 이들 나라에서 복지와 성장의 선순환은 실험이 아니라 현실이다. 국민행복도 조사에선 늘 상위권에 오른다.
갤럽 인터내셔널이 발표한 국가별 삶의 만족도 조사에서 1~4위는 덴마크·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 순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으로 꼽히는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은 "부자에게 돈을 쓰는 것은 투자라 하면서 서민에게 쓰는 돈은 왜 비용이라 하는가"라고 묻는다.
우리도 같은 질문을 던질 날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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