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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식 칼럼] 2016년 봄 부동산 시나리오/김주식 논설위원

김주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4.15 16:23

수정 2013.04.15 16:23

[김주식 칼럼] 2016년 봄 부동산 시나리오/김주식 논설위원

2016년 4월 16일, 난데없는 뉴스 헤드라인 한 토막이 순항하던 부동산시장을 일순 흔들어놨다. '양도세 면제 5년물 주택의 역습'. 어렵사리 부동산시장을 호황 궤도에 올려 놓았건만 또 무슨 역습이란 말인가. 부동산 지각 변동을 예고한 이 짤막한 경고는 사흘 전 전국을 후끈 달구며 치른 4·13 총선 후유증을 싹 가시게 했다. '2013년 4∼12월 매입해 5년 동안 양도세 면제부를 받은 주택들이 시한 1년을 남기고 매물로 쏟아지고 있다'는 거다. 시장은 냉정했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20만가구에 육박하는 엑소더스. 수급의 미스 매칭으로 시장이 급랭하리라던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집값은 들썩거렸다. 양도 차익을 크게 남기자니 헐값에 팔 수 없고, 관망세에 공급 물량마저 달리니 집값이 더 올라가는 이 허망한 기하급수적 방정식에 시장은 광분했다.
미스 매칭의 묘책으로 양도세 면제부 매물 간 거래하는 '스와프 시장'이 등장한 것도 이 무렵이다. 엇비슷한 가격대의 아파트를 맞트레이드해 양자 모두 수억원씩의 양도차익을 챙기는 편법이다. 국회에서 숙성 중인 '4·11 부동산대책' 그 이후의 가상 시나리오다.

계절도 혼돈에 빠진 2013년 봄, 부동산시장은 바닥을 쳤을까? 아닐까? 세상은 바뀌어도 여전히 후자 쪽이 팽배하다. 내 생각은 다르다. 지금 바닥을 알리는 징후가 절정에 다다랐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를 복기해보면 그 기시감(旣視感)이 오버랩된다. 폭락·침체·거품붕괴의 수식어가 풍미했다. 부동산투자 강연회가 사라지고 관련 도서 판매량은 급감한 것도 닮았다. 하지만 끝없는 상승도, 바닥 없는 하락도 없는 게 부동산 속성. 종내 시장은 '이제 부동산시대는 끝났다'고 마침표를 찍을 즈음에 투기꾼들에겐 10년에 한 번 찾아올까 말까 하는 찬스였다. 그것은 이제야 바닥을 드러냈다는 신호탄이었으며 화룡점정이었다.

세제감면·금융지원·규제개혁 등 주택거래 활성화 3종 세트의 양기를 받아 경제부흥에 나선 것도 닮았다. 외려 IMF 때보다 더 파격적이다. 미분양 주택뿐만 아니라 번듯한 주택을 살 때도 양도세를 면제해 주기는 처음이다. 3∼4인 가족이 살 중산층 물량의 절대 부족으로 주택 희소가치를 높인 것도 절묘하다. 더 이상 내려갈 바닥도 없다. 매매가의 목밑까지 차오른 전셋값은 집값 하락을 떠받치는 부력이 된 지 이미 오래다. 집값이 더 떨어지면 10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가 부실화돼 금융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내재하고 있다. 이것이 오래 전 집값 하락을 막는 버팀목으로 굳어지게 된 건 '여차하는 날 규제의 빗장을 더 풀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가슴 밑바닥에서 꿈틀거림에서이랴.

부동산은 늘 경기와 운명을 같이했다. 경기가 사그라지면 부동산도 뒤이어 동면에 들어갔다. 환생하는 건 거꾸로였다. 부동산이 회생해야 경기가 겨우 숨을 쉬었다. 꽉 막힌 경기 경색의 통증을 마사지해주고, 위기 국면을 돌파해준 건 늘 부동산시장 대책이었다. 그러나 포식자는 따로 있었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이 숙명적 관계에서 잉태한 부의 열매가 투기꾼의 먹잇감이 되는 것 역시 부동산이 갖는 태생적 운명인 것을.

고강도의 4·1 부동산대책은 동물보호구역 울타리를 걷어치운 형국이다. 거기엔 허기진 맹수가 어슬렁거리고 있다. 규제의 장막이 사라진 광활한 초원에는 한 마리가 뛰면 수천 마리가 덩달아 뛰려는 투기심리가 자리하고 있음이다. 시중에 떠도는 뜨끈뜨끈한 단기 부동자금만도 670조원에 육박한다.
시중의 예금금리는 2%대로 떨어졌고,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 기준이 강화되면서 개인 뭉칫돈들이 세상 밖으로 튀어나오고 있다.

그 많은 돈들이 어디로 갈 것인가? 부동산일까? 정부가 5년 동안 부동산을 띄우겠다는 최후통첩까지 한 마당이니 그럴 만도 하다.
그렇다면 그 징후를 어디서 찾을 수 있는 것인가.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가 그 해답을 일러줄 것이다. 강남3구에서 불붙었는지 보면 안다고. 그 불봉이 지방으로 들불처럼 번지는 게 부동산 생태계의 경험칙이라면서.

joosik@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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