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스트리트] 청도 운문사의 봄

오풍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13 17:30

수정 2014.10.28 10:41

[fn스트리트] 청도 운문사의 봄

28년간 기자생활을 하면서 운이 좋아 세계 여러 곳을 둘러봤다. 5대양 6대주를 모두 돌아다녔다. 나라마다 특색이 있다. 이탈리아와 그리스의 고대 유적, 동유럽의 고즈넉한 풍경, 중국의 섬세함과 광활함, 미국의 화려함 등. 때문인지 외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많다. 색다른 풍경과 음식 맛을 즐기기엔 여행만큼 좋은 게 없다. 관광산업이 날로 번창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도 나는 우리나라가 제일 좋다. 세계 어느 나라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 아기자기한 맛은 최고다. 특히 산과 물이 좋다.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멋진 풍광이 펼쳐진다. 도로도 사통팔달 잘 뚫렸다. 계절마다 풍경이 바뀐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이런 나라가 얼마나 될까. 우리는 복받은 민족이다. 다만 잊고 살 뿐이다.

지난주 금요일 경북 경산에 강의하러 내려갔다가 이웃 청도 운문사에 다녀왔다. 그 지역 대학 학장으로 있는 고등학교 친구가 안내했다. 의외로 오지였다. 운문댐에서 운문사 입구까지 2차선 도로는 환상 그 자체였다. 벚꽃이 정말 아름다웠다. 서울보다 오히려 꽃잎이 덜 떨어져 운치에 흠뻑 젖었다. 우리나라에서 지금껏 가본 길 가운데 가장 예뻤다. 외부에 덜 알려진 것이 아쉬웠다.

운문사. 전국 최대의 비구니 사찰이다. 호거산(虎踞山) 자락에 있다. 호랑이가 산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일 듯싶다. 산세가 범상치 않다. 그리 높진 않지만 기품이 있다. 경내에는 보물 제193호인 금당 앞 석등, 보물 제208호인 동호(銅壺), 보물 제316호인 원응국사비(圓應國師碑), 보물 제317호인 석조여래좌상, 보물 제318호인 사천왕석주(四天王石柱), 보물 제678호인 삼층석탑, 천연기념물 제180호인 운문사의 처진 소나무도 멋지다. 이만한 보물과 천연기념물을 가진 사찰이 또 있을까.

승가대 교수 스님의 안내로 경내를 둘러봤다. 비구니 300여명과 학인 160여명이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외부인이 들어가지 못하는 곳도 보여줬다. 마치 선경(仙境)을 보는 듯했다. 스님들의 피와 땀이 서린 결과일 게다. 올해 85세인 회주 스님에게서 염주도 선물받았다. 그 유명한 사리암은 먼 발치서만 봤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사찰 입구에서 먹은 돌판파전은 정말 맛 있었다.
주인의 넉넉한 품성 역시 인상적이었다. 이 절은 가을에도 멋질 것 같았다.
올핸 운문사 단풍을 꼭 구경하련다.

poongyeon@fnnews.com 오풍연 논설위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