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스트리트] 국정원장 유임 설왕설래

오풍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16 18:11

수정 2014.10.28 07:13

[fn스트리트] 국정원장 유임 설왕설래

권력은 어디에서 나올까.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이 쥐게 마련이다. 차관급인 대통령 수석이 장관들을 야단치는 경우도 그렇다. 대통령의 대리인쯤으로 보는 것이다. 공무원들이 기를 쓰고 청와대에 들어가려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석뿐만 아니라 비서관, 행정관의 영향력도 무시 못한다. 대통령이 아끼는 비서관이나 행정관은 수석 못지않게 힘을 자랑한다.
대통령의 신임도에 따라 위상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때문에 청와대 안에서는 충성 경쟁이 벌어지곤 한다.

청와대 밖에서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사람은 국정원장이다. 대통령의 신임을 한몸에 받고 있는 사람이 임명된다. 국정원장은 수시로 대통령을 독대한다. 국내외 정보를 종합해 보고하는 것이 국정원장의 주요 임무다. 최고급 정보를 대통령과 공유하는 만큼 힘도 막강하다. 정부 고위직 인사에서도 일정 부분 역할을 한다. 민정수석실이 검증을 하지만 국정원에서도 1차 검증자료를 보낸다. 그래서 정부와 공기업 간부들이 국정원의 눈치를 슬슬 본다. 실제로 국정원에는 국내 주요 인사들의 자료가 많이 축적돼 있다고 한다.

남재준 국정원장의 거취를 두고 시끄럽다.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국정원 증거조작 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남 원장도 사과를 했지만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언론도 연일 남 원장 때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이번 사건에 대해 책임을 지고 남 원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사실 국정원 부하 직원의 증거조작 가담은 치명적이다. 박 대통령도 조사 결과에 따른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는 3급 팀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 그쳤다. 그 윗선은 법률상 책임이 없다고 했다. 그러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만 물러났다.

야당은 발끈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도 남 원장의 해임을 강력히 요구했다. 새누리당 안에서도 남 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재오 의원이 총대를 멨다. 이 의원은 16일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라면서 "국정원장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남 원장의 전날 기자회견을 염두에 둔 듯 "책임을 통감하는 것은 물러나는 것이다.
국민에게 송구한 것은 (남 원장이) 물러나지 않는 것"이라면서 "환골탈태는 국정원장이 물러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원장도 당초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그런데 청와대가 만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임된 남 원장이 국정원의 개혁을 통해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poongyeon@fnnews.com 오풍연 논설위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