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엄중한 사태에 이 무슨 경거망동인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18 17:32

수정 2014.10.28 06:11

'세월호' 참사 발생 사흘이 지나면서 생존자 수색작업도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 충격과 슬픔에 빠진 온 국민은 한 사람이라도 더 구출되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국민의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가족의 가슴에 못을 박고 구조 작업을 방해하는 한심한 경거망동들이 잇따라 불거져 공분을 사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는 세월호 참사의 생존자들이 보냈다는 메시지가 돌아다니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아직까지 생존해 있다" "식당 옆 객실에 6명 있다" 등의 글이 급속도로 퍼져나갔지만 경찰 조사 결과 모두 허위로 밝혀졌다. 경기 김포의 한 초등학생은 자신을 생존자라며 현장 상황을 소개하는 허위문자를 유포했다가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청은 "실종자 전체의 휴대폰 번호를 확보해 확인한 결과 SNS에 등장한 내용은 모두 유언비어"라고 밝혔다. 참사 희생자를 조롱하는 댓글마저 도처에서 발견된다고 한다. 사태의 엄중함이 워낙 크기에 이런 'SNS 괴담'을 한낱 철부지들의 장난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그런가 하면 '세월호 구조 동영상'을 사칭해 클릭하면 악성앱을 통해 개인정보를 빼가는 신종 스미싱 문자까지 횡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생존자 구호를 빙자한 사기 모금까지 등장한 모양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국가적 불행을 악용해 장난을 치고 사기를 벌이는 형국이니 우리 사회의 격(格)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단 말인가. 피해자 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행위일 뿐 아니라 촌음을 다투는 구조 작업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하는 행위다. 이 사회를 속이고 혼란에 빠뜨리는 혹세무민이자 중대한 범죄다. 경찰은 거짓 정보의 작성자와 유포자를 끝까지 추적해 엄벌에 처해야만 한다.

사고 이틀 동안 수십 명의 여야 의원들과 6.4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사고 현장을 방문했다고 한다. 가뜩이나 바쁜 군·경 관계자들이 이들에게 브리핑하느라 일을 못할 지경이라는 것이다. 피해자 가족들도 "구조에 도움이 안 된다"며 방문을 삼가달라고 했다. 그들에게는 생존자 목숨보다 '표'가 중요한 모양이다.

시간이 없다. 지금은 마지막 남은 한 명이라도 구해내겠다는 간절함으로 구조작업에 총력을 쏟을 때다.
힘을 보태기 어려운 국민은 자숙하며 결과를 주시해야 한다. 이건 굳이 '시민의식'이라 할 수도 없는 인간됨의 기본이다.
다시는 이런 경거망동이 나와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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