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편법·적당주의 더 이상은 안 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18 17:32

수정 2014.10.28 06:11

법과 규칙은 사회 질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다. 이를 무시하고 구성원들이 제멋대로 행동하면 사회가 어떻게 망가지고 어떠한 불이익을 받게 되는지를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가르치고 배워 왔다.

하지만 지난 16일 발생한 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는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 박힌 고질병을 또 한번 드러냈다. 법과 규칙이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대충 처리하고 보는 적당주의식 사고와 행동이다.

침몰 당시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이 보인 행태가 대표적이다. 현행 선원법 제9조는 선박이 항구를 출입할 때나 좁은 수로를 지나갈 때면 선장이 조종을 직접 지휘해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세월호는 정해진 항로가 아닌 위험한 항로를 선택해 운항하면서도 입사 4개월여의 20대 신참 항해사에게 조타실을 맡겼다.

선원법 10·11조는 승객이 모두 내릴 때까지 선장은 선박을 떠나서는 안 된다는 점과 선박에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인명 구조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해운법이 지정한 선박회사의 운항관리규정 역시 선장, 선원들의 행동요령으로 인명이 최우선, 사고처리 업무가 최우선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들 법규는 깡그리 무시됐다. 사고가 터지자 선장과 선원부터 튀고 '배 안에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에 순순히 따랐던 어린 학생들만 더 변을 당했다. 법과 규칙을 짓밟은 폭거요, 상식과 원칙을 뭉갠 후진형 사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 셈이다.

선박 안전을 책임진 해양수산부도 대충, 적당주의식 일 처리의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세월호는 2012년 일본에서 도입하는 과정에서 리모델링을 통해 객실 두개층이 신설됐다. 이로 인해 무게는 최초 건조 시보다 239t 늘었고 탑승 정원도 804명에서 921명으로 증원됐다. 선박 상층의 객실을 증축하면 배의 무게 중심이 위로 이동돼 위험성이 높아지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세월호는 지난 2월 정기안전검사에서 합격 판정을 받았다. 해양경찰이 무게 중심이 높아진 세월호가 급격하게 방향을 트는 과정에서 균형을 잃었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임을 감안하면 배의 증축 또한 이번 참사와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은 무엇보다 탑승객을 한 명이라도 더 신속히 구조하는 데 국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법과 규칙, 매뉴얼을 스스로 깔아뭉개고 기본을 무시하는 추한 한국 사회의 굴레를 이제는 벗어 던져야 한다.

예측 가능한 사회, 기본을 중시하는 매뉴얼 사회가 뿌리내려야 나라도 국격을 갖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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