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스트리트] 보스턴 마라톤을 본받자

오풍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23 17:16

수정 2014.10.28 04:30

[fn스트리트] 보스턴 마라톤을 본받자

2013년 4월 15일 미국 보스턴 마라톤 결승선에서 굉음이 터졌다. 축제 마당이 한순간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3명이 숨지고 260명이 부상을 당했다. 배낭 속에 담긴 압력밥솥 사제 폭탄이 터졌던 것. 그 후 1년이 지났다. 보스턴에서 지난 21일(한국시간) 제118회 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보스턴 스트롱(Boston strong)'. 테러 1주년을 맞은 올해 보스턴 마라톤의 슬로건이다.
실제로 보스턴은 슬로건처럼 강했다. 축제를 아비규환으로 만들었던 1년 전의 기억은 사라진 듯했다.

솔직히 외신 보도를 보면서 부러운 마음도 든다. 대회 참가자와 관람객도 예년보다 훨씬 많았다고 한다. 주최 측에 따르면 출전 선수가 3만5755명에 달했다. 지난해 2만3336명보다 무려 1만2419명(53%) 늘었다. 관람객도 100만명 정도로 추산됐다. 평소 관람객 50만명의 두 배였다. 썰렁할 법도 한데 미국인은 위대했다. 축제의 장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보스턴은 온 도시가 사랑과 흥분으로 가득했다. 폭탄 테러로 양 다리를 잃은 시민은 의족을 한 채 결승선에 다시 섰다. 얼굴에는 기쁨이 넘쳐났다.

'고통은 순간이며 명예는 영원하다(Pain is temporary, Pride is forever)'라는 피켓도 나붙었다. 그렇다. 상처는 빨리 치유해야 한다. 과거에 매몰되면 미래는 없다. 보스턴 마라톤을 축제처럼 떠들썩하게 만든 것도 치유를 위한 몸부림이자 도전이다. 한 참가자는 "마라톤을 하면서 테러 현장을 다시 뛰는 건 평상심을 되찾고 다시 앞으로 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여론도 한몫했다. 적극적인 대회 참가와 응원으로 테러를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우리 국민도 현명하다. 세월호 참사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계속 슬픔에 잠겨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대학 동아리 회원들이 처음 시작한 노란 리본 캠페인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가득 채우고 있다. 노란 바탕에 검은색 리본이 새겨진 그림이다. 노란 리본은 '다시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원한다'는 의미다. 노란 리본은 전국 거리 곳곳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정말 기적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1년 뒤 진도에서 희생자를 추모하는 행사를 했으면 한다. 마라톤도 좋고, 걷기도 좋다.
슬픔을 기쁨으로 승화시킬 역량이 우리에게도 있다. 진도 앞바다의 기억을 잊지 말자.

poongyeon@fnnews.com 오풍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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