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통일금융 청사진 이를수록 좋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23 17:16

수정 2014.10.28 04:30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3일 선제적인 통일금융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통일금융의 4대 과제로는 통화, 환율, 금융인프라, 북한경제 재건 지원 시스템 구축을 꼽았다. 23일 파이낸셜뉴스와 프랑스 자산운용사 아문디가 공동주최한 '제15회 서울국제금융포럼'에서 밝힌 내용이다. 연초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대박론을 제창한 이후 통일은 남한의 주요 관심사가 됐다. 북한이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구상을 연일 비판하고 있지만 통일 이후에 미리 대비해 하등 나쁠 게 없다. 독일 사례에서 보듯 통일은 하늘에서 운석이 떨어지듯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껏 남한의 통일 이후 시나리오는 구체성이 없었다. 막연히 "통일은 좋은 것"이라고 여길 뿐 통일이 닥쳤을 때 구체적으로 어떤 절차를 밟아나가야 할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다. 특히 금융분야가 그렇다. 그런 점에서 신 위원장이 우리 사회에 통일금융 화두를 던진 것은 시의적절하다.

독일 사례는 우리에게 소중한 교훈이자 반면교사 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년 전 '남북경제통합 연구-북한경제의 한시적 분리 운영방안'이란 보고서를 냈다. KDI는 여기서 통일 이후 북한을 경제특구 형태로 분리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기간은 10년 정도로 예상했다. 이는 독일이 경제통합을 서두르다 과다한 통일비용을 초래했다는 반성에서 출발한다. 1990년 통일 직후 서독은 동독 인구가 베를린 장벽을 넘어 쏟아져 들어오자 서둘러 동서독 통화를 1대 1 비율로 통합했다. 인심쓰듯 동독 마르크화 가치를 과대평가한 대가는 컸다. 동독 근로자들의 임금은 다락같이 올랐고 이는 투자 위축과 실업률 상승을 초래했다. 이는 다시 서독의 복지비용 지출로 이어졌다.

동서독은 현재의 남북한에 비해 비교적 교류가 자유로웠다. 서로 총부리를 겨누지도 않았다. 갈라진 기간도 45년밖에 안 됐다. 그런데도 서독의 시장경제와 동독의 사회주의 경제는 물과 기름처럼 잘 섞이지 않았다. 이를 고려하면 북한은 통일 이후 한시적 분리 관리가 불가피해 보인다. 남북은 총부리를 겨눴고 교류도 딱 끊긴 상태다. 갈라진 지도 70년에 가깝다. 남북 간 경제력 격차는 동서독 격차보다 더 벌어졌다. 그것도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교조적이며 폐쇄적인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고수해 왔다.

신 위원장의 통일금융 로드맵은 독일 통일의 교훈과 남북 간 특수 상황을 두루 반영한 것이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남북한 통화를 어느 시점에 어떤 환율로 통합할지, 북한 중앙은행인 조선은행과 한국은행 간 통합은 언제가 좋을지, 지급결제 시스템 통합은 언제부터 시행할지 등에 대한 깊은 연구가 따라야 한다.


이달 초 한은 이주열 총재는 통일 이후 화폐·경제통합을 연구할 전담 부서를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국책 연구기관인 KDI는 이미 깊숙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금융위·한은·KDI 3자 간 긴밀한 협력 속에 제대로 된 통일금융 청사진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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