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의료산업의 블루오션, 수출에 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11 17:56

수정 2014.10.25 07:42

서울대병원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왕립 셰이크 칼리파 종합병원을 5년간 위탁운영하는 프로젝트를 따냈다. 개인병원이나 중소형 병원이 아닌 종합병원을 해외에 수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의료진과 의료기술은 물론 정보시스템·병원회계 등 소프트웨어까지 병원운영 서비스 전반을 수출하는 것이어서 의미가 매우 크다. 때문에 이는 의료수출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우리의 의료서비스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국내 의료기관을 찾은 외국인 환자가 21만명으로 전년보다 5만명 늘었고 이들이 지불한 금액이 4000억원을 웃돌아 50% 가까이 늘었다.
의료 정보기술(IT) 수출도 기지개를 켰다. 중동지역이 특히 활발하다. 최근 분당서울대병원과 SK텔레콤이 사우디와 병원정보시스템 수출계약을 했다. 서울성모병원, 가천대 길병원, 삼성서울병원 등도 이 지역에 기술 수출을 추진 중이다. 중동지역은 막대한 오일머니로 인한 생활수준 향상과 인구 증가에도 불구하고 의료시설과 운영 노하우가 태부족이어서 우리 의료수출의 기회가 활짝 열려 있다. 중국, 러시아와 독립국가연합(CIS), 동남아도 의료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의료산업을 고부가가치 수출산업,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성장동력으로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외국인 환자를 국내에 유치하는 의료관광 육성에 치중했지 병원과 의료시스템을 수출하는 데는 태만했던 측면이 있다. 중국·미국 등지에 110여개 병원이 진출했지만 대개가 영세한 개인병원이었다. 우리가 머뭇거리는 사이 일본, 싱가포르 등 경쟁국들은 급팽창하는 세계 의료시장을 공략하고 나섰다. 지난해 아베 일본 총리는 의료수출을 핵심 성장전략으로 제시하면서 2020년까지 이 부문 수출목표를 현재의 3배인 1조5000억엔으로 잡았다. 이에 따라 최근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 등에 병원을 속속 설립하면서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불행히도 우리의 경우 대형병원들이 의료수출에 본격적으로 나서기에는 걸림돌이 많다.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병원)이 허용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병원들이 해외에 투자를 하기가 쉽지 않다.
해외투자용 특수목적법인(SPC)도 세울 수 없다. 병원수출을 지원하는 법을 만들어 이런 걸림돌을 제거해줘야 한다.
정부는 '손톱 밑 가시'를 빼주고 의료외교에도 적극 나서 후방지원을 해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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