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창조경제 마운드 주고 받은 36년 지기

양형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22 17:06

수정 2014.10.25 00:02

[차장칼럼] 창조경제 마운드 주고 받은 36년 지기

야구경기에선 선발 투수가 가장 중요하다. 유능한 선발투수는 5∼6이닝 정도를 안정적으로 던져 승리투수가 된다. 9이닝까지 무실점으로 던지는 투수도 있다. 이런 선수들은 대부분 팀의 '에이스'로서 초특급 대우를 받는다. 22일 시즌 11승을 거둔 미국 메이저리그 LA다저스의 선발투수인 류현진 선수가 대표적이다.

불행하게도, 야구경기에서 선발투수가 난타를 당해 마운드를 내려오는 일을 '강판'이라고 한다.

선발투수가 조기에 강판당하면 팀은 위기에 몰린다. 이럴 때 구원투수가 마운드에 올라온다. 구원투수는 역할에 따라 마무리투수와 중간계투 요원으로 나뉜다. 중간계투 요원은 다시 롱맨(롱 릴리프)·미들맨(미들 릴리프)·셋업맨 등으로 세분된다. 선발투수가 일찍 무너질 때 등판하는 투수가 롱맨이다. 미들맨은 득점 차가 크게 벌어지지 않았을 때 주로 5∼7회 구원등판한다. 셋업맨은 주로 리드하고 있는 경기의 7∼8회에 등판한다.

미래부의 상황을 야구경기에 빗대어 보면, 지난 15일 미래부 장관직에서 물러난 최문기 전 장관은 선발투수에 해당한다.

그는 홈런성 실투는 없었지만 팀 성적이 좋지 않은 경우로 풀이된다. 그는 1년 3개월 만에 미래부 수장직에서 내려왔다. 야구로 치면 1∼2회 조기 강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그의 항변도 이해는 된다. 어쨌든 창조경제 실현을 목표로 하는 미래부가 위기를 맞은 건 사실이다. 당장 선발을 대체할 구원투수 투입이 시급했다. 결국, 감독은 구원투수로 최양희 장관을 투입했다. 공교롭게도 최 장관은 최문기 전 장관과 36년 지기 관계다. 막역한 두 사람이 '창조경제 마운드'를 주고받은 셈이다. 최양희 장관의 역할은 '롱맨'으로 볼 수 있다.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최 장관의 역할은 미래부를 안정적으로 이끌면서 손에 잡히는 창조경제 성과를 창출하는 일이다. 한번 기가 꺾인 미래부 조직을 다잡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게 구원투수의 결정구다. 최 장관의 결정구는 뭘까.

그가 꺼내 든 첫 번째 선택은 '반성'으로 보인다. 그는 취임 일성부터 1기 미래부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의지를 보였다. 그가 취임사에서 '몸이 곧은 데 그림자가 굽을 리 없다'는 태평기의 구절을 인용해 미래부 직원들의 분발을 독려한 것이다. 여기엔 '아무리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해도 국민의 눈에 비친 성적표가 미흡하다면 우리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는 그의 의지가 녹아 있다.

시행착오는 한번으로 족하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란 얘기도 있다. 이제라도 인사와 조직개편부터 다시 해야 한다. 어설픈 교차인사로 흐트러진 조직을 제자리로 돌리는 게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미래부 직원들이 '흥'이 나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인사를 해야 한다.

새 정부 초기부터 모호한 개념이라는 혹평 속에 백화점식으로 양산된 정책들도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한 뿌리에서 나오고도 엇박자를 보여온 방송통신위원회와의 정책적 공조도 절실하다.

연습투구도 없이 등판한 최 장관이 박근혜정부의 9회 말까지 '창조경제 마운드'를 든든하게 지키는 구원투수로 남길 바란다.

hwyang@fnnews.com 양형욱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