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스트리트] 대통령의 휴가

이재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24 17:03

수정 2014.10.24 22:39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이 한 줄의 광고카피가 휴가의 의미를 적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숨가쁜 일상사에 지칠대로 지친 심신을 재충전하기 위해 휴가는 꼭 필요하다. 하지만 직장인들은 휴가철만 되면 상사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 과연 떠나도 되는지, 언제 얼마나 갈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이럴 때는 솔선수범해서 자신이 먼저 휴가를 가는 것이 훌륭한 상사다.

정부가 '공무원 여름휴가 하루 더 가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최근 공무원의 휴가 사용을 독려하면서 "나부터 앞장서겠다"고 했고 최경환 경제부총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휴가를 적극 권장했다. 다만 얼어붙은 내수경기를 감안해 휴가 중 국내여행을 권고하고 있다 한다. 공무원의 휴가는 세월호 참사 이후 국정 비상체제에서 '일상으로의 복귀'를 의미한다. 아울러 내수진작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자는 뜻도 담고 있다. 공무원이건 민간인이건 때가 됐으니 휴가를 가야 한다. 모두가 하염없이 잔뜩 움츠러들어 있으면 경제가 살아날 길이 없다.

그런데 정작 박근혜 대통령은 다음 주 중 닷새 정도 휴가를 내고 청와대 관내에 머물 것으로 알려졌다. 독서 등을 하면서 조용히 휴식을 취할 모양이다. 독신에 워커홀릭인 박 대통령이 외국 정상들처럼 장기간 유명 휴양지에서 호사를 누릴 것이라고는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좀 아쉽다. 훌훌 털고 국내 어느 관광지로 떠나 휴가다운 휴가를 즐겼으면 했다. 그러면서 구경을 하고 특산품도 사고 현지 음식점도 들러 내수 활성화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면 얼마나 좋을까.

공무원들에게 휴가를 내 국내여행을 가라고 백마디 말로 독려하는 것보다 대통령이 직접 휴가를 즐기는 것이 약발이 먹힐 것이다. 이게 솔선수범이다. 소비진작 효과는 말할 것도 없다. 얼마 전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쥐안 여사가 서울 동대문의 어느 쇼핑몰을 방문, 쇼핑을 한 이후 그 쇼핑몰의 매출이 40%나 늘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휴가 중 짬을 내서 민생현장을 둘러볼 계획이라 하는데 파급효과로 치면 관광지 방문이 훨씬 크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여름휴가를 경남 거제의 저도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별장 청해대(靑海臺)에서 보냈다. 올해는 세월호 사고 수습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떠나는 것에 대한 부담이 너무 큰 것 같다.
그러나 휴가 중에도 '구중궁궐'에 홀로 들어앉아 국정에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만 하다.

ljhoon@fnnews.com 이재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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