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 잊혀질 권리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25 17:21

수정 2014.10.24 22:01

[여의도에서] 잊혀질 권리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구글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잊혀질 권리'를 인정하기로 했다. MS의 이 같은 행보는 유럽 최고 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의 판결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유럽사법재판소는 최근 개인이 인터넷에서 검색되는 자신의 개인 정보를 삭제해달라고 검색업체에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인 이른바 '잊혀질 권리'를 처음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 한정된 판결이지만 인터넷 전반에 걸친 개인정보 보호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앞서 유럽연합(EU)은 지난 2012년 '잊혀질 권리'를 명문화한 정보보호법 개정안을 확정해 인터넷 사업자가 정보 삭제 요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100만유로 또는 1년 매출의 2%까지 벌금형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오늘날 정보의 디지털화와 초고속 유.무선 통신 네트워크의 폭넓은 보급으로 인해 정보의 생성.전송.재생.결합.저장 등이 글로벌 차원에서 거의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에 신고된 상담건수는 지난 2010년 5만4832건에서 2013년에는 17만7736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연예인들이 이른바 '신상 털기'로 큰 고통을 받거나 일반인들 스스로 무심코 인터넷에 올린 글 또는 사진으로 인해 승진이나 취업 시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개인들은 정보의 광범위한 활용으로 종전보다 많은 자기발전의 기회를 가지게 됐지만 개인정보의 오.남용으로 인한 프라이버시 등의 침해는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웬만한 개인 정보를 어느 정도 확인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디지털 세탁업'이라는 신종 업종도 생겨났다.

국내에선 사용자가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에게 개인정보 관련 게시물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을 때 즉시 지워주도록 규정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인터넷에 올린 사적인 글과 사진 등의 정보를 개인이 통제권을 갖고 삭제할 수 있게 된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에서는 삭제를 요청할 수 있기 위해선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이 있는 경우로만 제한하고 있다.

'잊혀질 권리'는 정보주체인 개인 자신과 관련된 개인정보의 삭제와 처리의 제한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는 점에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의 하나로 볼 수 있다. 헌법재판소도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관련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승인하는 것은 현대의 정보통신기술 발달에 내재된 위험성으로부터 개인정보를 보호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개인 결정의 자유를 보호하고 나아가 자유민주체제의 근간이 총체적으로 훼손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헌법적 보장장치"라고 판시한 바 있다.

이른바 '마녀사냥'식 신상 털기의 폐해를 막기 위해선 잊혀질 권리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할 시점이 다가왔다.
잊혀질 권리는 아직 개념이 정확하게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다. 용어 사용에 있어서도 잊혀질 권리, 삭제할 권리, 망각할 권리, 사라질 권리 등이 함께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잊혀질 권리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마련한 뒤 이를 통해 개인의 사생활은 최대한 보호하면서 언론 보도의 자유, 표현의 자유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찾아야만 할 것이다.

yccho@fnnews.com 조용철 정보미디어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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