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자사고 폐지 논란에 대해

박경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28 17:39

수정 2014.10.24 20:57

[fn논단] 자사고 폐지 논란에 대해

자사고 폐지와 관련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서울자율형사립고교장협의회는 지난 21일 서울 을지로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사고 폐지 축소 정책이 하나라도 실행에 옮겨질 경우 모든 방안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달리 특권학교 폐지·일반학교 살리기 서울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자사고를 즉각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대위 주장의 뒤편에는 자사고로 인해 일반고의 학습환경이 급격하게 망가졌다는 인식이 가로놓여 있다.

이런 학습환경의 황폐화는 이미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한다. 폭력배처럼 온몸에 문신을 하거나 소년원을 들락거리는 아이들, 교과서나 공책 없이 수업 듣는 학생들, 자는 걸 깨우면 대들거나 아니면 때로 욕설을 퍼붓거나 심지어 여교사를 성희롱까지 한다는 학생들…. 학생지도란 것을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겠는가. 그뿐만 아니라 공부하는 아이가 10~2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거의 자포자기한 상태라고 하니 그 참상이 가히 짐작이 간다.


문제는 이런 논란들이 자사고 설립 이전에 충분히 논의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설립되고 나면 아무리 문제점이 드러난다 해도 해결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자사고 교장이 모두 모여 교육청의 결정에 강력 반발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현 상황을 방치할 수만은 없다. 교육현장이 망가지고 있는데도 그것을 방치하고만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교육현장이 너무 한심해 일반고의 우수한 교사들조차 소명의식이 사라져 학원의 명강사로 자리를 떠나고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악몽'의 장소로 기억하고 있다는 이 학교, 대한민국의 공교육은 없느니만 못하게 된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고칠 것인가.

원점으로 돌아가 이 문제를 다시 본다면 이 문제의 핵심에는 사회 곳곳에서 급격히 작동하고 있는 전투적인 '서열화'의 메커니즘이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극심한 경쟁체제 속에서 더 나은 서열을 얻고자 악을 쓰면서 중학교에 올라가고 더 나은 고등학교에 진학하고자 위장전입에다 고액과외나 고액학원으로 집 팔아 논 팔아 달려가고 더 나은 대학으로 더 나은 대기업으로 남보다 더 나은 위치에 있기 위해 너나없이 '중심'을 향해 맹렬히 투쟁하고 있는 이 제어할 수 없는 서열화 전투 속에서 어찌 자사고 하나 폐지한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나라 입학사정관제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자사고 사태는 대한민국 교육 문제를 푸는 첫 단추일 뿐이다. 이 사태를 해결하고 나면, 혹은 해결하는 과정에서부터 근본에서 다시 생각해야 한다. 근본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나아가 자사고, 특목고, 일반고를 넘어서서 아이들의 행복을 가운데 놓고 참회하는 마음으로 새롭게 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교육을 고민한다는 것은 결국 사회를 고민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이 서열화의 사닥다리 계단 하나하나에는 서로를 적으로 겨누는 수많은 모욕과 눈물과 증오와 피해의식들이 마치 정신병처럼 매달려 있다.
서열화를 없앨 수는 없겠지만 이런 미친 서열화 돌풍만은 하루바삐 잠재워야 한다.

김진기 건국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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