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스트리트] M&A 포식자 중국

이재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28 17:39

수정 2014.10.24 20:56

[fn스트리트] M&A 포식자 중국

이달 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0여명의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방한했다. 사절단은 알리바바, 바이두, 화웨이, 차이나텔레콤 등 쟁쟁한 정보기술(IT)업체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주축을 이뤘다. 하나같이 한국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모색 중인 기업들이다. 중국은 제조업뿐 아니라 IT분야에서 강국임을 충분히 과시했다. 중국이 더 이상 '세계의 공장'이 아닌 '세계의 큰손'임을 각인시켰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올 들어 28일 현재까지 중국기업이 해외기업을 인수합병(M&A)한 것은 250건, 439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건수로는 46%, 금액으로는 36% 늘어났다.
이 때문에 올 한 해 중국기업의 해외 M&A는 지난해 실적(335건, 621억달러)을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심지어 올해 중국기업의 해외 직접투자액(ODI)이 중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액(FDI)을 처음으로 앞지를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제 중국은 세계 M&A 시장의 포식자다.

중국은 4조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배경으로 업종과 규모를 가리지 않고 기업 사냥에 나서고 있다. 2000년대 초 중국 정부가 해외 M&A를 장려하는 '저우추취(走出去·해외진출)' 전략을 내세운 이후 10여년간은 국영기업의 자원·에너지기업 M&A가 많았다. 그러나 2~3년 전부터는 민간기업이 기업 쇼핑에 나섰고 대상도 제조·부동산·음식료·IT·금융 등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최근에는 IT업체들의 적극적인 행보가 눈에 띈다.

중국의 저우추취 전략은 선진기술 취득, 시장 진출, 수출 촉진이란 목적에 충실하다. 올 초 PC업체 레노버가 구글로부터 휴대폰 제조업체 모토로라를 29억달러에 사들여 세계 3위 스마트폰업체로 올라선 것이 대표적인 예다. 모토로라의 기술과 브랜드 파워를 등에 업고 단숨에 미국시장을 장악하려는 것이다. 지난봄 인터넷기업 텐센트가 CJ게임즈에 5300억원을 투자한 것도 마찬가지다. 금융위기 이후 장기화된 세계 경제침체로 M&A시장에서 기업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중국기업들은 이 틈을 타 단숨에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야심을 품고 있다.


중국기업의 이런 모습은 경기 불확실성을 이유로 잔뜩 움츠러들어 방어적인 경영에 치중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마땅한 대응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특히 IT업계는 자고 일어나면 판도가 뒤바뀌는 분야다. 기술은 우리를 거의 따라잡았고 덩치는 오히려 더 커진 중국기업들을 언제까지 속수무책으로 바라봐야 하는 걸까. ljhoon@fnnews.com 이재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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