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해사 졸업식을 독도 앞바다에서

박경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8.19 17:06

수정 2014.10.23 23:33

[여의나루] 해사 졸업식을 독도 앞바다에서

엄중 경고하겠다. 단호히 대처하겠다. 즉각 응징하겠다. 아니면 일고의 가치가 없으니 혼연히 임하겠다. 침착하게 대응하겠다. 등등…. 강대국 내지 경제대국이 우리에게 공격적 발언이나 행동으로 선제공격을 했을 때 점잖지만 무능한 우리쪽 대변인의 대응으로 상대국의 계획적·구체적·실천적인 한방임에도 불구하고 대책 없고 막연한 공염불 같은 말들이다.
그 방향도, 상대국에 들으라는 느낌보다는 분개하는 우리 국민을 위로하려는 뉘앙스가 강한 것 같다. 아베 정권의 우익화 성향의 제반 국제적 행동들이 스스로도 무리가 있음을 알고도 강경 일변도의 '자국 이기주의' 임에 비해, 또 북한 정권의 막장 미사일과 막장 발언 등의 '열등 자국 보호주의'에 비해 우리는 늘 생산성 없는 분통이나 터뜨리고 그런 억지와 막장에 상응하는 직접 타격은 하지도 못하고 구겨진 체면을 겨우 만회하기 위해 국민의 눈치를 보며 강력 대처, 즉각 응징 등등의 단어만을 동원시키고 있을 뿐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그 노구를 이끌고 미국서도, 일본서도 항의 시위를 몸 바쳐 하고 있건만, 일본이 독도의 '다케시마 작전'에 혈안이 돼 있는 데도 우리의 대처는 애꿎은 일본대사관 직원이나 겨우 불러 호통이나 치고 상기한 단어들만 되뇌고 있는 실정이다. 불바다, 피바다 운운하며 늘 북한의 협박을 받아온 가운데 실제로 포탄이 연평도에 날아들어 불바다가 됐음에도 우리의 대응은 미온적일 뿐이다. 그 연속에 국민은 이미 식상해 있으며 우리의 나약함과 무력감이 팽배해 있는 가운데 지금이야말로 정부의 적극적인 '이에는 이' '눈에는 눈'식의 행동적 대처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러한 범국민적 희망이 요즘 이순신 영화 '명량'에 대한 반응으로 잘 반영되고 있다.

1500만 관객 돌파가 예상되는 그 반응은 그러한 정부의 미온적이고 안일한 대응에 미흡감을 느끼고 이순신 장군의 결사항전의 실천적 리더십에 무한한 박수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 얄미운 일본이 통쾌히 박살나고 터지는 역사적 사실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의 흥행은 정부에 대한 각성을 요구하는 질책의 영화이기도 하다. 이순신은 지금 그 구체적인 행동지침으로 세 가지의 명령을 하달한다. 첫째, 해군사관학교 졸업식을 독도 앞바다에서 실시하라! 둘째, 내가 죽었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 살아 있다. 나의 동상을 독도 해상에 또 하나 세워라! 셋째, 국군의 통수권자 대통령에게 군복을 지급하라!

독도 앞바다에 이순신 동상 아래서 군복 정장을 입은 위풍당당의 대통령으로부터 졸업장을 받는 해사 생도들의 패기를 국민에게 보여주라. 일본에 보여주라! 나아가 세계에 보여주라. 이것이 그저 한 예술가의 치기 어린 상상에 불과한 것일까? 결코 아니다. 내 나라 내 땅에 누구의 동상을 세우든 말든 졸업식을 어디서 하든, 대통령의 패션에 누가, 어느 나라가 내정 간섭을 할 것인가.

대통령의 군복 정장은 여러 모로 필요하다. 전군 주요 지휘관회의, 육·해·공군 사관학교 졸업식, 외국의 고위 군 관계자 면담 시, 국군의 날 행사 및 각급 부대 방문 시 등등…. 자주국방 의지를 만방에 보일 필요가 있고 우리 국민에게도 국가 안보의 당위성을 천명해야 한다.
영화 '명량'을 보니 박정희 대통령 생각이 절로 난다. '하면 된다'는 슬로건으로 자주국방 의지가 누구보다 강했던 분이 이순신을 깊이 흠모해 지금의 세종대로에 동상을 세웠고 이순신을 영웅에서 성웅으로 숭모하는가 하면 아산 현충사를 조성하고 최후를 맞이한 날도 이 근처를 마지막으로 방문했다.


쾅쾅 터지면 민간인 국민은 죽어 가는데 고위직은 소위 지하 벙커속으로 대피, 숨어 기어들어가 '단호하게 대처하되 확전은 피하라'는 식의 애매한 명령을 내리기보다는 이순신 장군의 후예답게 '살려는 자는 죽을 것이고 죽으려는 자는 살 것이다'라는 명언과 그 각오대로 두려움을 이기고 '확전이 되더라도 단호하게 대처하라!'는 올바른 명령이 내려지길 앙망 또 앙망한다.

강형구 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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