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스트리트] 단식

오풍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8.25 18:01

수정 2014.10.23 19:51

러시아 남성 애거시 바르탄얀(47)은 2006년 8월 27일부터 10월 16일까지 무려 50일 동안 물과 담배만으로 버텨내는 데 성공했다. 그의 이 같은 도전은 순전히 기네스북에 등재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영국에서 44일 단식에 성공한 스턴트맨의 이야기를 듣고 도전에 나섰다는 것. 해외토픽을 장식하기 위한 이벤트임에 틀림없다. 세상에는 이처럼 별난 사람이 많다. 기네스북은 그런 사람들의 기행을 모아 인기를 끌고 있다. 어쨌든 기록은 깨지게 마련이다.


그럼 기네스북에 기록된 최장 단식은 얼마나 될까. 기네스상의 공식 기록으로는 중국 쓰촨성 출신의 한의사 천젠민(51)이 2004년 5월 수립한 49일이 가장 길다. 당시 천젠민은 14m 상공의 유리상자 안에서 7주 동안 3.5L의 물만 마시며 단식을 했다고 기네스북은 전했다. 지율 스님도 100일 이상 단식을 했으나 기네스 공식기록에는 잡히지 않았다. 정치인들도 종종 단식을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한다. 목숨을 담보로 집권 세력에 저항하는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83년 5월 민주화를 요구하며 23일간 단식을 벌였다.

세월호 사건에서도 단식이 도마에 올랐다. 유민 아빠 김영오씨(47)가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김씨는 지난 22일 40일간의 단식 끝에 병원으로 실려갔다. 그러나 김씨는 '아빠 자격' 논란에 빠졌다. "10년 전 이혼 후 양육비도 제대로 안 보냈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유민이의 외삼촌은 분노의 댓글을 달았다. "누나 혼자 애 둘 키웠지만 당신은 1년에 애 한두 번 봤다"고 매형을 비난했다. 김씨도 논란이 지속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난 떳떳하니까 신경 안 쓸 것"이라고 해명 글을 남겼다.

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의 동조 단식이다. 문 의원도 지난 19일부터 김씨의 곁을 지키다 단식을 계속하고 있다. 그의 단식에 대해서는 당내에서조차 곱지 않게 보는 시각이 더 많다. 대선 후보까지 지냈던 사람이 당을 궁지로 몰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의 단식은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를 부정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박영선 비대위를 도와주기는커녕 힘을 빼고 있다는 지적이다.

단식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불의와 권력에 맞서는 방편으론 그만한 무기도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단식은 국민의 지지를 받을 때 효력이 발생한다. 지금 그런 상황인지 묻고 싶다.
단식을 정권투쟁의 도구로 삼는다면 더더욱 안 될 일이다.

poongyeon@fnnews.com 오풍연 논설위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