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스트리트] 하드리아누스 성벽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9.11 16:33

수정 2014.09.11 16:33

[fn스트리트] 하드리아누스 성벽

축구 국가 대표 기성용은 한때 스코틀랜드 축구팀 셀틱에서 뛰었다. 스코틀랜드 최대 도시 글래스고가 본거지다. 셀틱(Celtic)은 켈트족이란 뜻으로, 가톨릭 신자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는다. 최대 라이벌은 같은 도시의 레인저스다. 레인저스 응원단엔 개신교 신자들이 몰려 있다. 두 팀이 붙는 라이벌전을 올드 펌 더비(Old Firm Derby)라고 한다.
한·일전을 떠올리면 되겠다. 셀틱과 레인저스는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에 속하지 않는다. 스코틀랜드엔 '스카티시 풋볼 리그'가 따로 있다.

셀틱을 떠난 기성용은 웨일스 축구팀 스완지시티로 소속을 옮겼다. 스완지시티는 프리미어 리그 20개 팀 중 하나다. 웨일스엔 별도 리그(웨일스 프리미어 리그)가 있지만 스완지시티는 잉글랜드 리그에 참가한다. 그렇다고 웨일스인들의 자존심이 스코틀랜드인보다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미드필더로 활약한 라이언 긱스는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스타다. 하지만 긱스는 월드컵에서 한 번도 뛰지 못한 비운의 스타다. 축구 약체 웨일스 출신이기 때문이다. 긱스는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뛸 수 있게 배려하겠다는 제안도 정중히 거절할 만큼 웨일스에 대한 애정이 깊다.

축구에 관한 한 '그레이트 브리튼'은 4개국이다.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가 월드컵을 비롯한 국제 대회에 자국기를 앞세워 따로 출전한다. 원래 잉글랜드 국기는 '성 조지의 십자가'라 해서 흰 바탕에 붉은 십자가만 그려넣었다. '성 앤드루의 십자가'란 별칭이 붙은 스코틀랜드 국기는 푸른 바탕에 대각선 십자가 모양이다. 아일랜드는 흰 바탕에 대각선 십자가를 그린 '성 패트릭의 십자가'를 국기로 쓴다. 셋을 합친 게 바로 유니언 잭이다.

2세기 초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가 속주(屬州) 브리타니아를 방문했다. 이때 세워진 '하드리아누스 성벽'은 현재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를 가르는 국경과 대체로 일치한다. 로마인들에게 성벽 너머 북쪽은 야만의 땅이었다.

스코틀랜드가 오는 18일 독립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한다. 1707년 잉글랜드와 합병한 지 307년 만에 나온 분리 시도다. 통과되면 유니언 잭은 어떻게 될까. 고대 로마는 견고한 건축술로 유명하다.
총 118㎞에 이르는 하드리아누스 성벽도 그중 하나다. 유네스코는 1987년 이 성벽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이질감은 하드리아누스 성벽보다 더 단단한 것 같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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