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지방세도 줄인상, ‘닥치고 증세’ 나섰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9.12 17:37

수정 2014.09.12 17:37

정부가 담뱃값을 2000원 이상 올리겠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주민세·자동차세 등 지방세도 왕창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안전행정부는 12일 주민세와 자동차세를 향후 2~3년 안에 100% 이상 대폭 올리는 내용의 '지방세 개편방향'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전국 시·군·구에 따라 1인당 2000~1만원, 평균 4620원인 주민세는 2년에 걸쳐 '1만원 이상 2만원 미만'으로 오른다. 1991년 이후 동결된 영업용 자동차세도 2017년까지 100% 인상된다. 현재 23% 수준인 지방세 감면율은 단계적으로 국세(14%) 수준으로 축소된다.

정부는 복지비용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선언을 해야 할 정도로 악화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재정을 중앙정부가 지원할 여력이 없어 지방세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담배 관련 세금과 주민세·자동차세는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대다수 국민이 일괄적으로 내야 하는 세금이다. 특히 서민에게 큰 부담이 된다. 이를 갑자기 100%씩 올리면 국민은 말 그대로 '세금 폭탄'을 맞게 되는 셈이다. 담뱃값 인상만 해도 정부가 국민건강 증진을 내세워 서민에 대한 '우회증세'에 나선 것이란 비난을 받았다. 그런데 주민세·자동차세 인상의 경우 정부가 대놓고 증세를 선언한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관계자도 이런 일련의 세금 인상에 대해 "증세가 아니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시인했다 한다. '증세 없는 복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다. 때문에 박 대통령과 정부관료들은 "현정부에서 증세는 결코 없다"며 국민에게 수없이 다짐했다. 하지만 복지수요는 폭증하는데 불경기로 인해 세수펑크가 계속되는 상황이라 증세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공약가계부를 시행한다, 세무조사를 강화한다며 여러 방법을 강구했으나 별 효과가 없었다. 그렇다 해도 정부가 약속을 저버리고 이런 식으로 슬그머니 증세에 나서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정부가 공약가계부상 세입 확충 방안과 세출 절감 방안을 제대로 실천하려 노력해 봤는지부터가 의문이다. 노력해봤으나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섰으면 정부는 이를 국민에게 알리고 공약 폐기에 대해 사과한 후 설득하는 것이 정공법이다. 그러나 담뱃값, 주민세, 자동차세 인상을 놓고 광범위한 공론화 과정이나 국민 설득 과정이 있었는지 들어보지 못했다.


세금 내기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정부가 세금 문제를 이처럼 정직하지 못하게 접근하면 필연적으로 조세저항에 부닥치게 될 것이다.
정부는 꼼수를 쓰지 말고 당장 사과부터 해야 하며 여론의 매를 맞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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