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토요일아침] 무선IT 강국의 희망을 현실로/이구순 정보미디어부 차장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3.05 18:43

수정 2010.03.05 18:43

정부와 정보기술(IT) 업계가 한뜻으로 ‘무선 IT 강국 코리아’를 만들겠다며 모처럼 뜻을 모았다.

통신업체들이 범 업계 차원의 무선인터넷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 장터를 만들어 어느 이동통신회사 가입자이든 상관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다.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입장에서도 특정 이동통신회사 가입자에게만 애플리케이션을 파는 게 아니라 5000만 이동통신 가입자 전체를 대상으로 애플리케이션 가게를 열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지난해에만 8조원 이상의 돈을 쓴 소모적인 가입자 뺏기 싸움을 줄이기로 하는 공동 선언문을 내놨다. 마케팅 비용을 연구개발에 돌려 세계시장에 자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겠다는 강력한 의지도 밝혔다. 정부는 업계의 의지를 지원하겠다며 벤처기업 투자자금을 마련하고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을 정비하는데 적극 나서겠다고 약속을 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우리나라의 각종 IT지표가 후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와 국민의 걱정이 컸는데 정부와 업계가 뜻을 모아 무선 IT 강국을 만들겠다고 나서니 다시 희망이 보인다.

사실 요즘처럼 기술과 사업 모델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는 무조건 먼저 출발하는 선발 기업이 결승점에도 1등으로 도착한다는 등식이 깨지는 경우가 많다. 출발이 늦은 후발기업이 먼저 출발한 경쟁자의 시행착오를 피해가며 참신한 아이디어로 시장을 주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애플도 후발주자다. 무선인터넷과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모아 놓은 장터로 사업모델을 가장 먼저 만든 것은 일본의 무선인터넷 업체였다. 그러나 독자기술을 고수하면서 시장을 열지 않은 시행착오로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애플은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에게 수익을 나눠주는 동반성장 전략으로 세계시장을 호령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무선 IT 서비스나 애플리케이션 사업에서 출발이 늦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IT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금처럼 정부와 업계가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뜻을 모으면 다시 세계의 IT산업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전국 가구의 97%가 세계 최고의 초고속인터넷인 100�를 쓰고 전국민이 무선인터넷 얼리어댑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IT 활용 수준을 가지고 있으니 우리나라 기업들은 세계 어느나라보다 질좋은 시장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제 남은 것은 희망을 성과로 현실화하는 것이다. 그 숙제도 정부와 기업이 함께 풀어야 한다.

정부는 진흥과 규제 정책을 시장의 속도에 맞추도록 시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무선 IT 강국을 만들려는 욕심에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 과도한 규제를 하거나 시장이 따라오지 못하는 속도로 투자를 요구하는 건 황금을 한꺼번에 얻겠다고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일이다.

IT 기업도 소비자의 요구를 정확히 상품에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잠시도 쉬어서는 안된다.
또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에게 수익을 나눠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사업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아직도 많은 우리나라 개발자가 IT 기업들의 상생모델에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는 점을 깊이 새겨야 한다.
“IT강국 코리아는 무선 IT에서도 세계 최강이더라”는 세계의 부러움을 받을 그 날을 기대한다.

/cafe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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