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정부 연구비 유용은 일벌백계 마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5.13 17:15

수정 2010.05.13 17:15

정부가 지원한 연구비를 유용·횡령할 경우 최고 10배를 물어내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지금은 유용·횡령한 돈을 토해내거나 정부의 연구개발(R&D) 사업에서 5년 간 배제하는 규정만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산업기술혁신촉진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정부 지원금은 곧 세금이다. 연구비 유용이나 횡령은 납세자의 주머니를 터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이왕 징벌적 배상제를 도입한다면 배상액을 10배 이상으로 높이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 2003∼2008년 유용·횡령으로 환수됐거나 환수 예정인 연구비는 93건, 230억원에 이른다. 감시망에서 벗어난 지원금이 얼마나 될지는 짐작조차 어렵다. 물건을 사지도 않고 거짓 영수증 처리하거나 가격을 부풀리는 행위 등이 많았다. 기업 연구소가 이런 부정행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정부의 R&D 지원금은 단 1원의 누수도 없이 정말 필요한 곳으로 흘러가야 한다. 지원금이 더 이상 눈먼 돈이라느니, 먼저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라느니 하는 소리를 들어선 안 된다. 그렇다고 정부가 눈에 불을 켜고 시시콜콜 간섭하면 연구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자율성은 최대한 보장하되 한 번 걸리면 일벌백계로 엄히 다스리는 게 좋다.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는 무단승차 적발 시 30배의 벌과금을 물린다. 예산의 유용·횡령도 이보다 죄질이 더 가볍다고 할 수 없다. 최종 법안 개정권을 가진 국회의 엄격한 잣대를 기대한다.

현재 정부는 국가 R&D 전략의 대대적인 개편을 추진 중이다. 지경부가 지난달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을 ‘지식경제 R&D 전략기획단’ 책임자로 임명한 것도 그 일환이다. 황 단장은 ‘생산적 실패’를 용인하고 장려하는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한국을 5대 기술강국으로 끌어올린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부실을 솎아내는 징벌적 배상제 도입이 불가피하다.
차제에 정부 R&D 지원의 효율성도 다시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예산이 배정됐으니 의무적으로 집행하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무분별한 지원은 되레 중기·벤처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한다는 지적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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