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구글이 ‘구글TV’를 발표하는 자리엔 하워드 스트링어 소니 회장이 동석했다. 구글은 소니가 보유한 TV 제작 기술과 영화 콘텐츠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그 자리에 세계 TV 시장의 강자인 삼성·LG전자 관계자는 없었다. 아이폰 쇼크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한국은 국외자 신세다. 우리 업체들이 3차원(3D) TV 등 하드웨어에 집착하는 동안 구글과 애플은 콘텐츠로 세상을 바꾸고 있다. 소니는 올 가을 구글TV를 내놓을 예정이며 이어 애플도 ‘iTV’ 시판에 나선다.
구글TV는 TV와 인터넷, 스마트폰의 경계를 허물었다. TV로 검색도 되고 스마트폰으로 TV를 조작할 수도 있다. 구글이 창조하는 세상엔 TV·PC·휴대폰이라는 전통적인 카테고리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구글의 힘의 원천은 콘텐츠에 있다. 콘텐츠를 담는 그릇, 즉 하드웨어를 만드는 업체는 약간 과장하자면 주문자상표부착(OEM) 생산업체로 전락했다. 구글폰은 대만 HTC, 구글TV는 소니가 만든다. 한국이 진정한 IT 강국으로 거듭나려면 SW 육성이 급선무다. 그러려면 수많은 중소 벤처가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는 투명한 시장, 대기업과 벤처가 공존하는 공정한 시장이 선결 과제다. 그러나 아이폰 충격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구조적 모순은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이대로 어,어 하다가 추격 타이밍마저 놓치는 건 아닐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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