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정치권에 ‘올 것이 왔다’는 대통령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9.09 18:01

수정 2011.09.09 18:01

이명박 대통령은 8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방송 좌담회에서 국정 전반에 관한 자신의 소신을 털어 놓았다. 이 대통령은 이른바 '안철수 돌풍'에 관한 질문을 받고 "우리 정치권에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 말의 의미를 "스마트 시대에서 정치는 아날로그에 머물러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 변화를 바라는데 정치권은 구태에 머물러 있다는 게 그의 현실 정치관이다.

이 대통령의 따끔한 지적대로 국민의 변화 욕구를 외면하는 정치권의 행태는 따가운 눈총을 받아온 지 오래다. 그러나 이 눈총의 대상에는 이 대통령 자신도 포함돼 있음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이제 이 대통령은 진흙탕 정치에서 비교적 자유스러운 임기 말로 접어들고 있다. 여야 모두에 훈수를 둘 수 있는 입장에 있다. 이 대통령은 더욱 대승적 관점에서 한국 정치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마지막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한다.

이 대통령이 남·북·러 가스관 연결 구상에 언급하면서 "생각보다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고 밝힌 것은 고무적이다. 이 사업의 추진을 둘러싸고 북한·러시아·한국의 3자 대화가 이면에서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 대통령은 만약 북한이 가스관 연결을 끊으면 러시아가 배로 실어나를 것이라고 세부사항까지 공개했다.

그러나 이런 정중동의 움직임이 북한의 완강한 대결 자세가 완화되는 기초 위에서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선 아무런 시사도 없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묵시적으로 인정하면서 1년에 1억5000만달러의 통과 수수료를 지불하는 방식인가. 그건 아닐 것으로 짐작된다. 이 대통령은 8일 좌담회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으면 우리가 돕고 싶어도 여건이 안 된다"고 분명히 밝혔다.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도 "남북 정상(正常)적 관계가 먼저 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정 전반에 걸친 이 대통령의 소신은 상식과 합리의 바탕 위에서 펼쳐졌다.
위기 상황에서 마지막 날까지 국정에 소홀함이 없을 것이란 다짐은 울림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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