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한·미FTA 이제 마무리해야/이성우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박신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11.21 17:52

수정 2014.11.20 12:23

정치적 이해관계가 걸린 상황에서 여야가 극한으로 대치하는 형국을 어제, 오늘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과 관련한 야당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언급한 대로 이념이 아닌 서민과 중산층의 생존의 문제가 걸린 상황이라 반대한다는 논리는 수용하기 어렵다. 경제상황의 악화에 따라 최근 국민의 정서가 성장보다는 형평성에 기초한 정책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우리 후손들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실질적인 선진국 진입을 위한 경제지평을 더 넓혀야 하는 것이 현 단계 책임 있는 정치지도자들이 할 일이다.

여야를 불문하고 이러한 상황인식을 공유하고 있음에도 현재 전개되고 있는 대치 상황이 정치 논리에 의해 악용되고 있다는데 문제의 발단이 있다. 야당의 속내는 지극히 단순해 보인다.
현 단계에서 한·미 FTA를 순순히 비준하는 것이 내년 있을 총선과 대선에 도대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정치셈법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미 FTA라는 성과가 현 야당의 치적임에도 불구하도 국민의 실질적 인식은 현 정권과 여당의 몫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야당이 정권을 책임지고 있을 때도 한·미 FTA와 같은 국가적 사업을 추진하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았음은 지난 노무현 정권이 엄청난 지지층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의 절대적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음을 상기하면 된다.

야당의 속내는 현재 다수 여당의 의지대로 한·미 FTA는 어차피 통과될 수밖에 없음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야당에서 실시한 사례를 포함해 최근의 각종 여론조사는 우리나라 국민의 다수가 한·미 FTA가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디딤돌이 될 수 있기에 찬성한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야당의 속내도 우리 미래세대의 더 나은 경제적 기회 제공을 위해 여당이 빨리 처리하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야당이 기대하는 모습은 통과 과정의 충돌과 이러한 과정이 국민에게 노출됐을 때 야기할 표의 이합집산인 것처럼 보인다. 우리 국민 특유의 정서는 진실과 합목적성과는 상관없이 정치적 약자에게 동정적 여론이 쏠려 왔음을 보여주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여당의 물리력에 의해 밀리는 모습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의 표의 향배에 영향을 끼치리라는 기대를 안고 있는 것이 현 야당의 실질적 속내가 아닐까.

야당의 속내가 그렇다면 여당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마땅하다. 자유투표를 통해 야당이 대의정치의 본질을 준수하면 가장 좋겠지만 현 상황은 이러한 기대가 난망함을 보여준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야권으로 향하는 국민의 바람을 경험한 여당의 일각에서 책임 있는 여당의 의미가 무엇인지 혼돈하는 선량들이 존재하는 것 같다. 국민이 기대하는 민주주의의 원칙은 다수결 원칙의 적용이 아닌 타협이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타협을 위해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와 여당이 할 수 있는 카드를 다 내놓았다면 이제는 한·미 FTA의 완성을 위한 국회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이 순리다. 절차적 과정 준수에 따라 야기될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의 정치적 책임은 집권여당으로서 감수해야 할 몫이다.

여도 야도 싫다는 것이 최근 우리 국민의 정서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정당의 목표인 정권을 창출하지 못한 야당이야 표리부동한 그 어떠한 정치적 행위도 정권 창출을 위한 나름 최소한 정치공학적 합리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집권여당은 입장이 다르고 또 달라야 옳다.
정치적 희생을 무릅쓰고 개혁을 주창해 집권에 실패한 여러 사례 중 로마사에 나오는 그라쿠스 형제의 경우는 현 집권여당이 반추해야 할 사례다. 국리민복이라는 공화정의 원칙을 지향해 귀족세력에게 권력을 찬탈당하고 결국 살해되었지만 이들의 정치적 지향점은 후세 사가들에 의해 칭송되고 있다.
한·미 FTA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국가적 사업이라면 절차적 문제에 따라 야기될 표 계산보다는 우리 후속세대의 국리민복이라는 대의명분으로 의회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이 집권여당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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