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플린트市의 교훈/이성우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박지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6.27 17:14

수정 2011.06.27 17:13

장소적 측면에서 자동차 산업 부침의 대명사를 들라면 미국의 미시간주에 위치한 디트로이트시가 자주 인용된다. 하지만 미시간주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자동차산업 변천사의 대표적인 공간적 환유어(換喩語)로 각인되는 도시는 디트로이트시에서 북서쪽으로 약 80마일 떨어진 플린트시다. 이 도시는 1,2차 세계대전 이후 반세기 이상 세계 최대의 자동차 회사로 군림해 온 GM(General Motors)의 태생지이기도 하다. 또한 이 도시는 미국 노동계 최초의 농성파업을 통해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노동조합의 설립이 가능토록 한 근원지로도 유명하다. 영화 애호가들은 이 지역 출신으로 다큐멘터리 영화의 세계적 거장이 된 마이클 무어의 1989년 작 '로저와 나'를 통해 미국의 탈산업화와 세계화에 따른 플린트시의 엄청난 변화를 잘 조명할 수 있겠다.

1970년까지 약 20만명의 인구를 유지하던 플린트시의 2010년 현재 인구는 10만명으로 지난 30년 동안 절반으로 줄었다.

2010년 현재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넘는 약 26.4%가 빈곤계층으로 분류되고 있고 도시 전체의 개인 평균소득은 1만5700달러로 미국 평균소득의 3분의 1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플린트시와 디트로이시의 실업률은 미국 전체 평균의 2배를 넘어서고 길거리에는 부랑자들을 쉽게 접할 수 있으며 도시중심 상가에 위치한 건물의 1층 대부분은 폐점 상태다. 70년대 후반 8만명에 달하던 플린트시의 GM 근로자 수는 2010년 현재 8000명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러한 침체의 요인으로는 탈산업화와 세계화에 따른 GM의 생산성 저하, 경제정책 결정과정에서 노정된 대중주의에 기반한 정치적 의사결정, GM의 자동차노동자연합(UAW)이 보유한 과도한 정치력 및 이에 따른 노동시장의 경직성, 사업시행에 따라 주정부와 시정부가 부과하는 과도한 세금 등이 인용된다.

경제적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미시간 주정부와 플린트 시정부의 정책적 차원에서 취해진 노력 중 가장 큰 실패는 지역산업구조 개편을 위해 도입된 서비스 관련 산업 도입의 사례다. 1980년대 초반 플린트시가 경기 및 고용 회복을 위해 약 8000만달러의 재정을 투입한 사업은 '자동차세계(Auto World)'라는 테마파크를 건설하는 것이었다. 이 사업의 목적은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에 있는 매직마운틴이나 디즈니월드 등과 같은 테마파크를 건립해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관광객들을 유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지역 기반산업이었던 자동차산업의 몰락은 이러한 테마파크의 설립에 따른 관광객 유인의 재료로 작용되지 못하고 결국 설립 1년 만인 1985년 문을 닫고 말았다. 이후 약 10년 동안 주말과 공휴일에만 간헐적으로 운영되던 이 테마파크의 각종 시설은 1997년 철거돼 영구 폐쇄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식경제부가 운영하는 사업으로는 광역경제권 사업으로 추진되는 선도산업육성사업과 비수도권지역의 지역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전략산업육성사업이 있다. 양대 사업은 지난 3년간 지방 고급인력의 취업률 제고 및 역외 유출 개선, 시도간 협력문화 개선에 따른 지역산업 경쟁력 제고, 수혜기업의 수출 및 투자 확대 등 상당한 수준의 성과를 낳은 바 있다. 지식경제부는 사업의 유사성과 중복성에 따른 혼란 방지 및 지방정부의 책임의식 제고를 위해 내년부터는 양대 사업의 통합운영을 준비하고 있는데 사업운영의 효율성 측면에서 이러한 정책 방향이 옳다고 믿는다.

하지만 지역의 기반산업이 결여돼 연관 서비스산업의 파생 및 필요를 절감하지 않는 지역에서조차 고용친화적이라는 연유로 서비스산업을 이들 양대 사업의 내용으로 포함시키는 것은 올바른 정책 방향이 아니라 믿는다.

현재 60% 수준인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의 비중이 선진국 수준인 70% 이상으로 확대돼야 함은 불문가지다. 하지만 지역의 기반산업적 특성에 기초하지 않는 무분별한 서비스산업의 유도는 미시간주와 플린트시의 사례와 같은 정책적 오류를 범하지 않을까 두렵다.
세밀한 전략적 고려 없이 수백억의 예산을 컨벤션센터 등과 같은 전시성 서비스산업에 쓰려는 유혹을 가졌던 것이 우리나라 지방정부의 사례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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